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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팬데믹은 하나의 가십(gossip)이 되고 본문

일상

팬데믹은 하나의 가십(gossip)이 되고

달빛사랑 2022. 2. 27. 00:57

 

포근한 하루, 이런 날은 오히려 밖이 더 따듯할 테지만, 그렇다고 밖에 나가 산책을 한 건 아니다. 오늘 밖에 나간 건 딱 한 번, 담배와 아이스크림과 새우깡을 사려고 나갔던 게 전부다. 아무튼 따스한 봄날의 지분거림은 앞으로 점점 더 집요해질 텐데, 느슨해진 방역망을 뚫고 들어와 모질게 난장을 부릴 오미크론의 저 가공할 기세는 어쩔 것인가.

 

사실 감염 도미노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지인들은 친절하게도 자신의 감염 사실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린다. 자가 격리의 무료함 때문일까,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도 시시콜콜 '중계하고' 있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감염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불가피하게 맞게 된 혼자만의 시간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오미크론 감염 증상이 심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사나흘 앓고 난 후에 올린 글들을 보면 하나같이 잠시 목이 따끔거리고 잔기침이 나오는 거 말고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그런 대로 견딜만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바이러스에 대해 너그러워진 모습들이 급속한 확산을 촉진하는 건 아닌지. 앓고 나면 항체가 생긴다니 어쩌면 가볍게 앓고 서둘러 낫는 게 서너 번의 백신 접종보다 나은 건지도 모르겠다.

 

대선은 오리무중이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후유증이 심각할 것 같다. 박빙도 이런 박빙이 없는데, 내 생각에는 덜 나쁜 놈이 최악으로 나쁜 놈에게 약 1~1.5% 차이로 승리할 듯하다. 최악으로 나쁜 놈 진영에서는 재검표를 하느니,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느니 하면서 고소 고발을 남발하며 새롭게 출발하는 정권의 발목을 시작부터 잡고 흔들게 불 보듯 뻔하다. 마치 대통령이 된 듯 황당한 공약을 남발하고 거만하게 거들먹거리던 패배자는 약이 바싹 올라 환장하겠지. 하지만 상황이 뒤집힐 일은 만무하다. 자신이 믿는 법사들에게 굿을 부탁하려나.

 

이어령 씨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공과(功過)와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 시대의 지성이자 문학의 한 축을 담당했던 문제적 인물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의 유려한 인상비평은 많은 추종자와 마니아를 거느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세월 앞에서 영원히 의구할 수 있겠는가. 삼가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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