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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불면 본문

일상

불면

달빛사랑 2021. 12. 7. 00:24

 

컴퓨터 화면 속 수면 유도 빗소리가

물 끓는 소리를 냈다

잠은 자꾸만 이불을 걷어차고 

자줏빛 기억이 창가를 서성였다

 

도시는 한 번도 어둠에 완벽하게 장악된 적이 없긴 하지

 

거리로 나선 불빛들은,

어둠을 일용한 양식으로 갉아먹던

수많은 주검을 애도하면 걸었다

어둠 한 조각 고양이 이빨 사이에 걸려있었다

 

돌아오는 길, 우울해진 불빛들

익숙한 어둠과 만나 인사하고 돌아선 후

곧바로 낯선 어둠과 어깨동무했다

방안에 남은 소심한 불빛들은

오후 3시의 단골 술집 표정이었다

스위치를 내려도 여전히 꼬물거리던 발가락들

 

누가 자꾸만 내 머릿속에 이야기를 심어놓는 거지

명퇴하는 늙은 사원처럼 빠진 어금니는

어디서 다시 싹을 틔우고 있을까

이 빠진 자리에 생긴 휑한 심연에서

어릴 때 잃어버린 구슬 서너 개 눈알처럼 굴러 나왔다 

 

"거기 누구 있어요?"

 

공명의 저 끝에서 아홉 살 무릎에 상처를 남긴 

마른 감나무 부러진 가지들을 밟고 엄마가 올라왔다


아들과 통화했다. 주식을 그만두고 비트코인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잘 모르기 때문에 무리해서 하지 말라는 말만 했다. 본인은 겁이 많아 무리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만, 투자의 관성이란 그런 게 아니니 주식도 비트코인도 빚 내서 투자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 이제 아들은 내가 콘트롤 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다. 서른 다된 성인의 삶을 어떻게 관여할 수는 있겠는가. 누구 말대로 아들이 걱정될 때면 자신이 그 나이 때 어땠는가를 반추해 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이미 스무 살 시절부터 아버지의 통제를 벗어나 내맘대로 살았다. 하물며 세상이 그때와는 천지차이인 지금에서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다만 몸 건강 마음 건강을 잃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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