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문화예술계 선배들과 점심 본문
예술계 선배인 김윤식 시인, 이원규 소설가 등과 점심을 먹었다. 교육감도 함께했다.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 이 모 후배도 동석했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교육감에게 예술인을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교육 과정에서도 예술 교육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예술가들의 현장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가끔 예술가들과의 상담을 마련해왔다. 오늘도 그런 성격의 만남이었다. 고맙게도 두 선배 모두 인천 교육계에 바라는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었고, 교육감은 경청했다. 그 자리에서 교육감은 '인천교육사' 집필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동석한 모든 사람은 그 의견에 동의했다. 김윤식 선배의 말로는 선행 연구가 없진 않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온통 통계자료만 가득해, 읽어봐도 인천 교육의 윤곽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원규 선배도 지금이 교육사 집필의 적기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객관적이고 의미 있는 교육사 집필이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대의 교육정책은 바로 정권의 정체성과 권력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냉정한 비판이나 문제제기는 언감생심이고, 따라서 온갖 통계자료만 나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밖에 제고 교사 이전 문제에 관해 제고 졸업생이기도 한 김윤식 선배의 솔직한 의견을 들었다. 김 선배는 교육청 차원에서 제고 이전 문제를 거론해 주어 고맙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이 문제를 반드시 관철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제고 이전을 추진해 온 교육감으로서는 분명 힘이 되는 말이었을 것이다. 점심을 마치고 교육감은 다른 일정 때문에 먼저 일어났고, 후배는와 윤식 선배도 회의가 있어 먼저 갔다. 나와 이원규 선배는 근처 카페에 들어가 한 시간쯤 이야기를 나눴다. 선배는 최근 우현 고유섭 선생의 평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양이었다. 70이 넘어서도 한결같이 집필에 열정을 보이는 선배의 모습이 존경스러우면서도 부러웠다.
구월동으로 넘어와 민예총에 들러 인터뷰를 했다. 평론가 종필이가 진행했고 나는 구술자로 참여한 인터뷰였다. 두어 시간 녹취를 하고 종필이와 헤어진 후, 갈매기에 들렀다. 아니나 다를까 아는 사람 천지였다. 오늘은 뭔 날인지 문화예술회관 관장인 친구 오영철까지 시의원과 직원들을 대동하고 갈매기에 들렀다. 잠시 후에는 후배 정균이가 들렀고, 갈매기 앞 인천집에는 친구 이관수와 수홍 형, 그리고 현재 아트 페어를 진행하고 있는 미협 관계자들이 술마시고 있었다. 나는 수홍 형의 연락을 받고 인천집 지인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그 자리에서 작은누나를 알고 있다는 청운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누나를 무척 예쁜 소녀로 기억하고 있었다. 인천이 얼마나 좁은지,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 술자리에서 누나의 동창을 만나다니, 기분이 묘했다. 소녀시절 누나는 정말 똘똘하고 예뻐서 인기가 많았다. 지금은 혼자가 되어 삶의 신산을 경험하고 있지만, 과거의 누나는 빛이 났었다. 누나에게 연민이 들었다. 그나저나 오미크론이라는 변종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다고 매스콤에서는 연일 우려 섞인 뉴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내가 아는 술집들은 어딜 가나 만원이다. 인천시민들 참으로 용감한 사람들이다.
조금 전, 종필이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이 코로나 확진자의 밀접접촉자(같은 스쿨버스를 타고 있었다고 한다)로 확인되어 검사 후 자가격리에 들어가라는 안전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내일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하는데, 만약 그가 확진이 되면 오늘 인터뷰를 한 나는 물론 민예총 실무자들 전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걱정이다. 11월 30일에 접촉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증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음성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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