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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들의 눈물 젖은 소망 : 꿈엔들 잊힐 리야 본문

일상

실향민들의 눈물 젖은 소망 : 꿈엔들 잊힐 리야

달빛사랑 2021. 7. 10. 00:55

 

 

금방 돌아갈 거라 믿고 떠나왔지만, 끝내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 실향민. 실향민은 단지 물리적 고향만을 잃은 것이 아니다. 유년의 꿈들이 자라던 그곳에서 함께 살던 가족과 친지와 이웃을 잃었고 꿈을 잃었고 눈길 닿던 나무와 풀과 언덕과 그곳에 바라보던 풍경까지 잃었다. 두고 온 부모, 형제, 아내와 자식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조차 알 수 없고, 생전에 가볼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은 얼마나 혹독한 고문일 것인가.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승용차로 한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그 사이 곳곳에 놓인 벽을 부수지도 넘지도 못하고 어언 70년이다. 도대체 천륜을 끊고 가족들을 생이별시킬 만큼 고귀하고 중요한 이념이란 무엇인가. 그 이념이란 단어는 온갖 괴물과 잔인한 무기와 애꿎은 죽음들을 만들고 초래했다. 아직도 통일은 요원한데, 고향을 그리워하며 눈물짓던 실향민들은 하나둘 한을 품고 눈을 감고 있다. 교정을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오늘 교정을 본 『꿈엔들 잊힐 리야』는 처음 발간할 때도 교정과 윤문을 맡아 봤던 책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훨씬 수월하게 교정을 볼 수 있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고칠 게 별로 없었고 전집을 발간하며 새롭게 합의된 교정원칙에 따라 문장부호를 바꿔주는 게 주된 작업이었다. 이를테면 《 》로 묶었던 신문사의 이름에서 해당 괄호를 생략한다던가, 단행본과 미술, 음악 등 예술작품을 표기할 때는 어떤 문장부호를 사용할 것인가 등의 작업이었다. 이런 작업은 어렵지는 않지만 다소 귀찮다. 워낙 그 수가 많기 때문이다. 애초에 출판사 측에서 통일된 원칙으로 책을 만들었다면 작업이 수월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소제목, 예술작품의 제목, 상호, 법률 등을 나타낼 때 저자에 따라 홑낫표(「 」)를 쓰기도 하고 홑화살괄호(< >)를 쓰기도 해서, 나중에 교정하면서 하나로 통일하기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우리 출판사에서는 이런 경우 이런 부호로 표기할 것이다’ 하고 표기 원칙을 통일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세 권째 교정을 보고 있는데, 세 권 모두 뒤죽박죽이었다. 아무튼 실향민들의 한 많고 사연 많은 사연을 따라가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나의 작업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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