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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사랑의 힘ㅣ날이 추워졌다 본문

일상

사랑의 힘ㅣ날이 추워졌다

달빛사랑 2020. 11. 21. 15:15

 

상상하기, 이를테면, 첫 번째 사랑이 세 번째 사랑을 찾아가 하소연하니 세 번째 사랑이 웃는다. 그때 두 번째 사랑 역시 저쪽에서 웃으며 나타난다. 네 번째 사랑은 가로등 아래에서, 다섯 번째 사랑은 카페에서 각각의 기억을 더듬으며 웃는다. 이렇듯 모든 사랑이 다방과 술집과 여관과 거리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하며 웃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 각각의 사랑은 한때 저마다 다른 색으로 빛났지만, 세월은 그 모든 색을 구별하기 어렵게 섞어 놓았다. 이제 사랑에 관해서는 좋은 추억과 나쁜 추억이 아니라 남은 기억과 떠나거나 소멸한 기억으로만 구별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처연한 시간을 극복하게 하는 힘은 모든 종류의 사랑일 거라고 나는 믿는다.


갑자기 추워졌다. 보일러를 온도에 따라 구동하도록 설정해 놓았는데, 가동 중이라는 빨간 불이 종일 반짝거리는 걸 보면 날씨가 춥긴 추운 모양이다. 엄마는 가스비, 전기세 걱정을 하며 “네가 애써 번 돈인데, 이렇게 써도 되냐”를 입에 달고 사시는데, 그래도 말씀 끝에는 “그래도 이렇게 따뜻하게 지내서 내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겨울을 난 건 좋지만……”을 덧붙이신다. 그때마다 나는 “엄마,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게 살려고 돈 버는 거야. 엄마는 그런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제법 효자 코스프레를 하곤 한다. 엄마가 흐뭇한 표정을 짓는 것은 당연한 일.

 

한가하고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또 뭔가 해야 할 과제를 빠뜨린 학생처럼 찻잔 속 태풍 같은 하루하루다. 그래도 앞으로 더 나빠질 일은 없을 거라는 희망 아닌 희망을 품어 본다. 이제껏 닥쳐서 해결하지 못한 힘든 일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겁날 게 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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