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선배들의 귀여운 호승심 본문
갈매기에 들렀다가 한 무리의 선배들을 만났다. 소주를 글라스에 마셔대던 귀현 선배는 결국 위에서 피가 나는 바람에 요즘 정양 중이라고 했다. 소식을 전하는 원 모 선배는 안타까워하기보다는 ‘내가 뭐랬어. 그럴 줄 알았다니까’ 하는 표정이었다. 술자리에서 귀현 선배와 용호상박이었으나 늘 주량에 관한 한 귀현 선배보다 하수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원 선배는 결국 마지막 승자(?)는 자신이 아니겠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소주잔을 들이켰다. 70이 넘은 양반들이 음주에 있어서 최후의 승자를 따지려고 하는 귀여운 호승심이라니, 어이가 없다가도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그 선배들처럼만 늙어간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우재 선배는 안타깝지만 오늘도 ‘배달’되었다. 간만에 혁재와 광석이도 볼 수 있었다. 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불편한 취기가 닥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일찍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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