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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김건환 형 사진 전시회 : 결(인천화교역사관) 본문

일상

김건환 형 사진 전시회 : 결(인천화교역사관)

달빛사랑 2019. 11. 3. 23:26














건환 형은 참 고집스럽다. 요즘 인천의 사진작가들 상당수가 재단이나 시의 지원 사업에 집중하며 작품 사진보다는 사업 관련 사진만 찍고 있는데 이 형은 돈도 안 되는 자신만의 사진만 찍고 있으니…… 그것도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라 옛날 사진관에서나 볼 수 있는 차광막(遮光幕)이 있는 커다란 아날로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포구나 소금창고나 숲속에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막 해가 뜨기 시작하는 몇 분간의 시간 동안 게릴라처럼 피사체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그래서 형의 사진은 시간의 예술이고 빛의 예술이다. 그 사진은 어둠을 묵묵히 견딘 사람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다. 대지의 사물들도 건환 형의 그러한 노력에 답을 해주듯 범인의 눈으로는 좀처럼 포착하기 힘든 미세한 몸짓들을 기꺼이 보여준다. 나는 사진 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그의 사진에서는 항상 사물을 대하는 그의 겸손한 자세와 예술을 향한 열정을 느끼곤 한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들 역시 건환 형의 고집스러운 작업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오래된 마룻바닥이나 낡은 벽, 버려진 갱목이나 침목들이 간직한 다양한 결들을 집요하게 탐색한다. 그것은 나무가 간직하고 있는 저마다의 삶의 역사를 천착하는 작업이자 건환 형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작업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사진들은 흡사 그림과 같았다. 수천, 수만 배로 결을 확대하자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나무 고유의 삶의 흔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환상적인 세계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면서 형은 분명 소멸하는 것들이 발산하는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마지막 숨결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그것은 또한 삶에 대한 경외를 느끼는 시간이자 보이는 것에만 주목하는 부박한 인간의 삶을 반성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는 뚝심 있는 건환 형의 작업을 앞으로도 응원할 것이다. 그는 현재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예술을 올곧게 진행 중인 보기 드문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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