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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아버지 19주기 추도예배를 드리다 본문

일상

아버지 19주기 추도예배를 드리다

달빛사랑 2018. 8. 8. 21:30



아버지 가신지 19년이다. 당시 만으로 6살이었던 손자 수현이는 무섭지도 않았는지 차갑게 식은 할아버지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했다. 입관 예배를 주도하던 목사님과 가족들은 애답지 않게 천연덕스러운 수현이의 모습에 무척 감동한 듯한 표정들이었다. 그 아이가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다. 세월은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발인 전 날, 무척 많은 비가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찌는 듯한 더위와 조문객으로 북적대는 빈소의 탁한 공기와 짙은 향내 그리고 밥 냄새가 어우러진 성하의 장례식장은 슬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덩치보다 무척 큰 인생을 살아 오셨던 모양이다. 빈소는 조문객들로 차고 넘쳤다. 그것은 남은 자들의 가슴을 넉넉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버지는 시골에 있는 선산으로 가지 않고 인천에 묻히셨다. 성묘와 벌초의 편의를 위해서였지만 나는 아버지를 찾고 싶을 때 쉽게 찾아가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달아 부평 공원묘지를 분양 받았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때 만약 가족묘지를 분양 받지 못했다면 지금쯤 무척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을 게 분명하다. 그러고 보면 살아서는 외로우셨을 지는 모르겠으나 아버지는 참 복을 많이 받은 분이라는 생각이다.


오늘 아버지의 추도예배를 위한 가족들이 모였다. 출근을 해야 하는 누나와 미국과 캐나다로 여행을 떠난 손자 수현이가 참석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예배 시간에 으레 하는 묵상 속에서 잠시 기억되었을 뿐 이내 우리에게 잊혀졌다. 추도예배는 어쩌면 떠난 이가 주선하는 남은 자들의 만남의 자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두어 시간 예배 보고 식사하고 담소를 나누다 돌아왔다. 아버지가 다시 가족들의 대화 속에서 등장하려면 추석까지 기다리셔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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