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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엄마의 손을 잡고.... 본문

일상

엄마의 손을 잡고....

달빛사랑 2017. 10. 2. 17:30

오전 내내 거실에 말없이 앉아 계신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나도 그렇지만 어머니의 기침이 예사롭지 않아서였지요. 병원을 가는 일이 무에 그리 좋은 일인지 병원을 가자고 제안을 했을 때, 어머니의 표정이 환해지셨습니다. 당신 자신보다는 내심 나를 병원에 보내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행히 늘 붐비던 집 근처 성심의원은 생각보다 한산했습니다. 젊은 의사의 가운에 내가 나온 대학의 교표가 찍혀 있어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체를 했습니다. 젊은 의사는 다정하게 웃으며 인사를 해왔는데, 그 표정이 너무 맑아서 다행스럽고 고마웠습니다. 내가 요 다음에 들어오시는 분이 울 어머니신데, 귀가 어두워 잘 듣질 못하니 또박또박 큰소리로 말씀해 주세요. 부탁합니다.”라고 말하자, 그 의사는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님.” 하며 웃음으로 대답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나와 달리 주사실에 들어가 주사도 맞으셨지요. 플라시보 효과를 믿는 나로서는 그것도 다행이었습니다. 노인들에게 주사는 치료의 필수조건이지요. 즉 노인들은 주사를 맞아야만 진료가 최종적으로 끝났다고 대부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 드렸습니다. 어머니의 마른 손가락들을 잡아 본지가 무척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음을 전하는 것, 손 한 번 잡아드리는 것이 이다지도 쉬운 일인데 그 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에 괜스레 미안함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 근처에 왔을 때, “어머니,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라고 묻자, “추어탕을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입에 맞는다.”고 말씀하셔서 추어탕 두 그릇도 사서 들고 왔습니다. 옷을 갈아입으신 어머니는 추어탕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시고, 약을 드신 후 오후 내내 편한 잠을 주무셨습니다. 나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하루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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