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주말 내내 시체처럼 지냈다 본문
최근 나는 단 한 편의 시도 소설도 읽지 않았다. 집중력은 떨어지고 책을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아는 선배는 중풍으로 쓰러진 후 난독 증상이 찾아왔다고 한다. 기자 시절 그는 매우 명민했던 사람이고 많은 후배들을 길러냈으며 펜의 날카로움이 잘 드는 칼보다 예리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선배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머릿속에서 윙하는 이명이 들리고 생각은 자동차 유리파편처럼 잘게 부서져 외부의 하찮은 자극에도 뿔뿔이 흩어져버린다고 탄식을 했다. 잠자리에 들면 온갖 잡생각만 떠올라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어 결국 술을 마시게 된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늘 술에 취해 있었다. 술에 취하면 불편한 몸을 가누질 못해 누군가가 반드시 택시를 잡아주거나 집까지 데려다 줘야 하는데 그러한 수고를 마다않고 그 선배의 수발을 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어 그는 이제 혼자서 술을 마시거나 동병을 앓고 있는 비슷한 처지의 후배 한두 명과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안쓰럽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인심의 강퍅함이 어찌 선배를 부담스러워 하는 지인들만의 탓이겠는가. 그런데 최근 내가 독서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바로 그 선배였다. 왜 그 선배가 떠올랐을까. 그 정확한 이유를 지금도 생각 중이다. 혹시 그 선배의 모습에서 얼핏 C급 알코올 중독인 내 미래의 모습을 본 것은 아니었을까. 주말 내내 시체처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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