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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오랜 습관이 신기술을 이기다..." 본문

일상

"오랜 습관이 신기술을 이기다..."

달빛사랑 2011. 4. 6. 18:53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의 영문 자판은 일명 쿼티(QWERTY)’ 자판이라고 불린다. 쿼티 자판은 컴퓨터가 보편화되기 이전인 타자기 시대부터 표준 자판의 자리를 지켜왔다. 이 자판이 타자기 시대를 지나 컴퓨터 시대까지 독보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1930년대 쿼티 자판과 드보락(Dvorak) 자판의 경쟁은 이 질문에 대해 재미있는 대답을 들려준다.

 최초의 실용적 타자기는 크리스토퍼 라삼 숄즈가 발명하고 레밍턴사가 생산한 숄즈와 글리든 타자기였다. 숄즈가 처음에 이 타자기를 개발해 특허를 냈을 때 타자기의 철자 막대는 알파벳 순서에 따라 두 줄로 배열되었다. 그런데 타자기 작동 실험에서 자판을 조금만 빨리 쳐도 철자 막대들이 서로 뒤엉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숄즈는 TH처럼 함께 자주 쓰이는 철자들을 서로 띄어 놓으면 뒤엉킴이 덜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런 철자쌍을 가능한 서로 떨어지도록 배치한 결과, 4열로 된 자판을 완성하였다. 이 자판은 그 뒤 약간의 변형을 거쳐 레밍턴 타자기가 대량으로 생산되던 1880년대에는 거의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숄즈의 해결책으로 철자 막대의 엉킴은 확실히 줄었지만 엉킴을 막기 위해 자판을 배열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약한 손가락들로 가장 많이 쓰이는 철자들을 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인체공학적 결점은 타자 속도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레밍턴 타자기의 대량 보급으로 인해 숄즈의 자판은 널리 퍼져 나갔고, 1895년 이후로는 보편적인 표준 자판으로까지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레밍턴 타자기가 시장을 석권한 뒤에도 해결되지 않은 숄즈 자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드보락 자판이었다. 드보락 자판은 중앙에 5개 모음(A, O, E, U, I)과 가장 많이 쓰이는 자음(D, H, T, N, S)을 배치했다.

 

 

 이는 가능한 한 양손의 움직임을 줄이고 손가락만을 움직여 자주 쓰는 철자들을 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 약한 손가락이 놓이는 곳에는 잘 쓰지 않는 철자를 배치했다. 이로써 드보락 자판에서는 양손을 고루 쓸 수 있어 타자를 치는 리듬이 고르게 유지됐다. 또 이는 손가락만을 움직이면서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 400개 정도는 충분히 칠 수 있어 타이핑 작업의 70%를 해결할 수 있었다. 쿼티 자판으로는 100개 정도밖에 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드보락 자판은 합리적이고 우수한 공학 기술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보락 자판은 먼저 보급된 쿼티 자판에 밀려 폭넓은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드보락 자판이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타자수, 작가, 일반 이용자들이 드보락 자판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드보락 자판에 대해 이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수고를 감수할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경영자 입장에서도 기존의 자판을 드보락 자판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새 자판을 다루기 위해 타자수들을 새로 훈련시키는 일이 번거로웠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추가로 비용이 드는 만큼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이점이 없다면 투자할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결국 이런 이유들 때문에 드보락 자판은 기술적인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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