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오늘 밤.. 문득 이 시가 내 가슴을 격동시키네.... 본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출출이 : 뱁새
*마가리 : 오막살이.
*고조곤히 : '고요히'의 평북 방언
"화자는 가난하고 쓸쓸한 사람이다.
화자는 '나타샤'를 사랑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사랑을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화자는 현실을 떠나 깊은 산골로 가려고 한다. 어찌 보면 현실 도피라고 볼 수 도 있지만, 화자는 자신의 행위를 더러운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말한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는 말은 그의 행위가 더러운 현실을 능동적으로 버리는 것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한 시인의 결벽성과 함께 이 시는 '눈', '나타샤', '흰 당나귀' 등의 이국적인 이미지를 통해 사랑의 환상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환상은 현실적인 한계와 절망을 넘어서려는 데서 나오기 때문에, 이 시에는 슬픔과 고독 또한 짙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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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혹은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마음, 나는 그 맘을 안다.
알 것 같다. 창 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멀고, 가까운 모든 길들이 내리는 눈으로 시나브로 덮혀갈 때,
내게로 오는 길도, 그녀를 향해 가는 길도
모두모두 내리는 눈으로 덮혀 지워져가는 그 때,
그 고립된 섬 같은 내가 있는 곳으로,
끊기고 지워진 길 위를 달려 그녀가 오는 순간을 상상하며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맘, 그 맘을 나는 안다.
코트에 묻은 눈을 털며 장갑을 벗고
다소곳이 나의 건너편 의자에 앉아
나를 향해 자신의 빈 잔을 수줍은 듯 내미는
그러한 장면을 떠올리며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맘,
나는 그 맘을 안다.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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