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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비서실 회식 (9-27-수, 비 오다 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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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 회식 (9-27-수, 비 오다 갬)

달빛사랑 2023. 9. 27. 20:48

 

교육청 앞 중국요릿집 '취홍'에서 비서실 직원들과 함께 교육감과 점심 먹었다. 나에게는 오늘이 무척 가슴 떨리는 날이었다. 그동안 피해왔던 음식들, 이를테면 튀김요리, 전분 소스를 곁들인 탕수육, 돈가스, 흰쌀밥, 역시 전분 소스를 얹은 마파두부덮밥을 맘껏 먹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양장피덮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어제 김 비서에게 말해서 메뉴를 바꿨다. 혈당 관리에는 단백질인 두부 요리가 좋을 것 같아서였다.

 

꼬박 3개월 동안 멀리했던 달고 짠 음식이 입 안에 들어오자 몸이 (좋아 그런 거지, 낯설어 그런 건지 알 수 없지만) 어쩔 줄 몰라했다. 단맛, 짠맛의 지배력과 강력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두부덮밥 흰쌀밥은 반쯤 남겼다. 식사 후 보운 형과 나는 식당 앞에서 직원들과 헤어져 곧바로 퇴근했다. 보운 형은 도림동 텃밭을 살피러 갔고, 나는 장을 봐야 했다. 오이와 토마토, 마늘과 양파가 떨어졌다. 

 

평소에도 손님이 많은 채소 가게는 명절을 앞두고 더욱 붐볐다. 좁은 가게 안이 채소를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가장 필요했던 오이는 없었다. 오전에 이미 다 팔렸다는 것이다. 방울토마토는 살짝 만져보니 이미 많이 물러져 있어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결국 부추 1단과 피망 1봉지만 사들고 귀가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혈당을 체크했다. 혈당을 올릴 만한 음식들로 배를 채웠으니 상상 이상으로 높게 나오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웬걸, 지극히 정상적인 수치였다.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가 아니라도 나처럼 먹었다면 혈당이 많이 올라갔을 텐데, 희한했다. 보운 형이 옆에 있었다면 "그것 봐요. 문 동지는 정상이라니까. 지금 당표 환자 코스프레 하면서 오버하는 거라고" 하며 웃었을 게 뻔하다. 물론 내가 당뇨 환자가 아닌 건 나 자신도 알고 있다. 다만 확실하게 관리하는 게 미래의 건강을 위해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 하지만, 요즘 공복 혈당도 일주일 평균 95로 정상이고 식후 혈당도 항상 정상 범위에 들긴 해서, '진짜 내가 오버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긴 한다. 아무튼 오늘처럼 먹어도 혈당이 정상 수치라니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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