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어떻게 이런 일이...... (10-30-日, 맑음) 본문
인현동 화재 참사 23주기 추모식이 인천광역시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치러졌다. 그런데 오늘의 추모식은 유독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간밤에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에서 발생한 참사 때문이었다. 지난밤 텔레비전을 보는데 갑자기 속보가 뜨더니 이내 화면이 바뀌고 이태원의 참사 현장이 중계되기 시작했다. 너무 끔찍했던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없었던지 방송사들은 모두 화면을 흐릿하게 변형하여 보여주었지만, 그 화면 속에서도 이미 파란 비닐에 쌓인 사망한 시신들이 나란히 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모식에서 교육감도 비통한 표정으로 그 사건을 언급하며 추모사를 이어갔고, 유족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인현동 화재 참사 당시 탐욕스러운 어른들은 화마에 방치된 아이들의 안전과 구호보다 술값을 먼저 생각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 뜨거운 불 속에서 하릴없이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차오른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물론 갑자기 모여든 인파로 인한 예상치 못한 사고라 할지라도 그는 가장 먼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관계 장관으로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불가피한 사고였을 뿐 경찰과 구급대의 대응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는 말을 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이게 나라인가’라는 말을 8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하게 된 우리 국민이 너무도 불쌍하다. 1999년 인현동 화재 참사 당시에도 시민들은 구청, 시청과 경찰의 대응에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여전히 당시의 대응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현동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추모식이 진행되는 내내 제단의 오른쪽에 세워져 있던 ‘엄마’의 화환이 눈에 들어와 눈물이 났다. 아마도 당시 희생된 자식의 기일에 엄마가 애통한 마음으로 보낸 화환일 것이다. 먼저 간 자식을 추모하는 제단에 근조 화환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우리가 해마다 이맘때 추모식을 여는 이유는 죽어간 아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다시는 이 땅에 23년 전 참사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결코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다짐의 자리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벌어진 이태원 참사는 23년 전에 죽어간 영혼들 앞에서 한 우리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 자들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금 주변을 돌아보며 침통한 마음으로 남은 우리들의 역할을 되새겨봐야만 할 때가 아닐 수 없다.
추모식을 마치고 혁재와 미경, 정렬 형과 후배 종필, 진우와 함께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나, 혁재, 미경, 진우, 정렬 형은 청기와 장례식장에 들러 현광일 선배 부친 빈소에 조문했다. 그리고 진우를 제외한 나머지는 신포동으로 이동해 도지성 선배의 전시회를 관람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와 근대문학관 쪽으로 이동하다가 먼저 도착해 도 선배의 전시 관람을 마친 후배 찬영, 금예, 은별 등과 우연히 만나 커피를 마셨다. 커피집을 나와서 부평 팀과 헤어진 혁재와 나는 신포시장 정식당에 들러 죽은 젊은이들을 애도하며 술을 마셨다. 술 마시는 내내 우리의 대화는 이태원 참사에 관한 것이었다. 말을 마칠 때마다 혁재와 나에게서는 “에휴!” 하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뉴스에 의하면 사망자가 150명에 육박하는데 심각한 부상자가 많아 이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길을 가다 죽다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란 말인가.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충격과 비탄의 비극적인 날이 되고 말았다.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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