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지금 우리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본문
코로나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방심이 잦아들던 바이러스의 재창궐을 초래하고 있다. 어제 오늘, 연수구 옥련동 한 유흥주점에서 슈퍼감염자인 현직 해양 경찰관에 의해 2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현직 해양 경찰관이 접대부가 있는 유흥주점에서 골재채취업자를 만난 것도 (청탁성 만남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는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자신의 동선을 숨겨 감염자 확산을 초래했다. 해경은 해경대로 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유흥업소가 소재한 연수구도 고발을 검토 중이다. 사후 약방문이겠지만, 엄중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길게 이어지면서 국민은 소위 코로나 블루(blue)라는 집단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가까운 지인들과 퇴근 후 동네 술집에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간단하게 한잔하는 거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 대형 클럽이나 접대부를 곁에 두고 술을 마시는 유흥주점을 찾아 광란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다. 게다가 뒷일이 두려워서 그랬겠지만, 동선을 숨김으로써 초기 서너 명 선에서 감염 확산을 제지할 수 있었던 일을 걷잡을 수 없는 일로 만들어버렸다. 상반기에도 대학생 하나가 자신의 동선을 숨겨 수백 명의 확진자가 양산된 바 있는데, 그것이 전혀 반면교사가 되지 못한 모양이다.
나도 근무가 없는 날은 집밖에 나가질 않고 있다. 오늘도 교육감 비서실장과 보좌관들이 함께 저녁 먹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공직자 업무 지침도 내려와 있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른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전화를 받은 박 보좌관도 내 말에 동의하여 결국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약속을 취소했다. 우리는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내가 방심하면 나 하나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안 그래도 재미없는 정치로 국민은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 중인데, 바이러스라는 집요하고 냉혹한 공동의 적 앞에서 너무 긴장감이 풀어진 채 일상을 꾸려가는 몇몇 사람 때문에 마음이 무척 불편하다. 도대체 이 적대와 긴장과 두려움의 시간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 걸까.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민주화운동센터 자문회의 (0) | 2020.11.26 |
---|---|
현대의 노예들ㅣ동아시아 교육협력 정책포럼 (0) | 2020.11.25 |
문화재단 이사 퇴임식 (0) | 2020.11.23 |
갈치를 먹으며 (0) | 2020.11.22 |
사랑의 힘ㅣ날이 추워졌다 (0) | 2020.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