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혼배 미사 + 바이러스 인천 진입 본문
더늠 후배(라기보다는 제자라고 해야 하나. 내 글쓰기 강좌의 학생이었다) 김정민 군의 결혼식이 동춘동 성당에서 열렸다. 가톨릭 미사 형식으로 진행된 결혼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교회에서 진행하는 결혼예배는 자주 봤지만 같은 기독교라고 해도 차이가 컸다. 혼배 미사 절차는 흡사 우리나라 전통혼례 만큼이나 길고 복잡했다. 또한 예식장에서 진행되는 일반 결혼식과도 확실히 달랐는데, 뭐랄까, 성스럽고 진지하고, 복스럽고…… 미사(예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한마음으로 예식의 참여자가 되어 같이 기도하고, 찬송하고, 축복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이 예배당을 나가자 더늠 동료들의 풍물공연이 이어졌다. 북, 장구, 꽹과리의 신명나는 장단이 성당 안을 가득 메웠다. 하객들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흥겹게 박수를 쳐주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미사의 엄숙했던 분위기가 일거에 반전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결국 인천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나타났다. 미사 중에 도착한 속보에 의하면 부평에 사는 60세 여성이라는데, 그녀 역시 대구 신천지 집회에 참석했던 신도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대책위가 발 빠르게 꾸려져 해당 여성을 격리 조치하고 그녀의 동선을 확인 중에 있다는 문자가 연신 도착했다. 엊그제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그야말로 전쟁이다. 인천도 더 이상 바이러스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문자를 받고나니, 사진 찍을 때도 식당에 내려가 음식을 먹을 때도 혹시 오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중 대구에서 올라온 사람은 없을까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면서 ‘아, 이런 게 바로 두려움이구나. 두려움은 단순한 걱정을 넘어 상대를 불신하게 만드는 또 다른 바이러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인천에서조차 이럴진대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구의 민심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게다가 이미 ‘문재인 폐렴’이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표현을 쓰며 질병의 창궐조차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얼치기들이 대구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머릴 내밀고 있으니 그들이 조성하고 있는 불신의 늪은 또 무엇을 메울 수 있을 것인지. 아, 도대체 하나님은 뭐 하신담. 저 얼치기 웬수들 안 데려가고. 생각이 많아지는 일요일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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