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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흐리고 불안한 저녁-운유당 서신 본문

일상

흐리고 불안한 저녁-운유당 서신

달빛사랑 2018. 2. 24. 22:30

흐리고 불안한 저녁

운유당(暈遊堂) 서신(書信)


지금은 지상의 모든 것들이 겸손해지는 시간, 꽃들도 몸을 오므려 향기와 마음을 지상에 내려놓고, 마지막 사냥을 마친 어미 새들도 날개를 추스르며 귀소(歸巢)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아침에 외출한 바람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저마다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돌아오는 이 시간, 당신은 어디쯤에서 하염없습니까. 혹 저물녘의 고적감에 마음을 다쳐, 다가오는 어둠에 몸을 맡긴 채 정물처럼 지워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늦여름 더딘 해의 방심을 틈타 오후부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어둠 속에서도 구름은 검고 둔중한 구름입니다. 비마저 내린다면, 당신의 어깨는 또 물결처럼 흔들릴 게 분명합니다. 나의 위로는 언제나, 분주한 저녁 해의 발걸음보다 조금 빠르게, 당신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안부가 여전히 걱정되고 또 걱정되는 흐리고 불안한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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