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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그려낸 특별한 세계-시립극단 연극 <배우열전> 본문

일상

배우들이 그려낸 특별한 세계-시립극단 연극 <배우열전>

달빛사랑 2017. 6. 30. 23:30




연극 <배우열전>은 크게 세 꼭지로 구성된 연극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공연된 러닝타임 55짜리 프라메이드가 끝난 후에는 약 10분간의 인터미션이 있었습니다. 총 공연 소요시간이 제법 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프라메이드>

연출 : 김현준

작가 : 송경화

연기 : 권순정, 이규호

 

[줄거리] 오경성은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며 원룸에서 사는 만년 취업준비생이다. 그의 유일한 낙은 프라모델 제작, 하지만 번번히 도색단계에서 실패한다. 어느 날 프라 모델 사이트의 우수고객 이벤트에 당첨되어 인공지능 가사도우미 로봇, 프라메이드가 배달된다. 프라메이드는 집안 일 뿐만 아니라 스케줄, 건강관리까지 완벽하게 해내지만, 오경성은 일일이 간섭하는 프라메이드가 달갑지 않다.

 오경성은 새로 주문한 프라 모델의 도색에 다시 실패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편의점에서 해고되어 괴로워한다. 그때 프라메이드가 정확하고 섬세한 터치로 도색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오경성은 처음으로 반듯한 프라 모델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프라메이드가 방전되는 것을 막으려고 집안일을 대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프라모델 완성이 아니라 프라메이드와 함께 사는 것임을 깨닫는다.

 

첫 번째 공연인 프라메이드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간간히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프라모델 도색이 꿈인 청년과 그에게 경품으로 배달된 가사도우미 로봇인 프라메이드와의 에피소드를 그린 연극이었습니다. 청년실업이나 인간과 기계문명의 갈등과 같은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뤘으나 전반적으로 다소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제 자체가 이미 진부한데다가 그것을 다루는 연출자의 터치가 가벼웠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그래서였을까. 연극을 보는 내내 관객들은 감정이입을 통한 감동을 체험하기보다는 어설픈 로봇 연기와 충분히 예상되는 캐릭터들의 연기에 가끔 폭소를 터뜨릴 뿐이었습니다.

 

<10분 연극 릴레이>

 

작가 : 박지연 <>, 한관희 <의자>, 배경령< 물고기 노인>

연출 : 강성숙

연기 : 김문정, 이수정, 서창희, 김희원, 강성숙

 

[줄거리] 10분 연극 릴레이는 10분 연극 세 편이 연달아 공연된다. 첫 작품인 <>은 바퀴벌레 두 마리의 생존을 건 싸움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의자>는 다양한 계층의 네 명의 사람이 처음에는 가볍게 의자 놀이를 시작하다가 누군가 재미삼아 잔인한 벌칙을 제안하고, 장난인줄만 알았던 게임이 점점 살벌한 현실이 되어간다. <물고기 노인>은 어느 날 갑자기 노인들이 물고기로 변해가면서 연극이 시작된다. 젊은이들은 처음에는 물고기로 변한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들 앞에서 당황하지만 점점 진짜 물고기인양 함부로 대하게 된다. 그리고 급기야 한 며느리가 남편에게 시아버지 시어머니 물고기를 팔아버리자고 설득한다.

 

10분간의 휴식 시간이 끝나고 이어진 10여분짜리 소품 세 편이 연달아 공연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공연된 작품 은 열린 창틀 사이로 들어온 외부의 바퀴벌레와 집 바퀴벌레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연극이었습니다. 집 안에서 서식해 온 바퀴벌레의 경우 그 집에 사는 사람의 행위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는 반면 외부에서 들어온 야생 바퀴벌레의 경우는 단지 서식 환경의 안온함에 취해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되는데, 결국 집 주인이 분사한 스프레이 살충제를 마시고 모두 죽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연극은 단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연극 작품 같았습니다. 특별히 생각해 볼만한 주제도 없었고 다만 연기자들의 과장된 연기와 육두문자가 섞인 대사들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었을 뿐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공연된 작품 물고기 노인은 날씨가 가물어지면서 노인들이 물고기로 변했다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실제 어항 속 물고기로 변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하는 가족들의 서로 다른 반응을 통해 세대 간의 단절과 이기주의를 보여주려고 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부모에 대한 애틋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손녀딸을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은 다 자기 중심적으로 물고기(조부모)에 대한 감정을 표출합니다. 특히 며느리이자 엄마는 가장 적극적으로 물고기가 결코 시부모일 리가 없다는 사실을 강변합니다. 그리고 남편을 설득하여 끝내 두 마리의 물고기(손녀에게는 조부모라고 생각되는)를 요리하여 맛있게 먹게 됩니다. 결국 그 끔찍한 카니발을 목격한 딸(손녀)은 가방을 챙겨들고 가출을 하게 되고 무대 옆 밴드의 연주에 맞춰 애절한 노래를 부르며 극은 끝나게 됩니다. 현대사회에서의 가족 간 혹은 세대 간의 갈등과 이견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은데 관객마다 호불호로 평가가 나뉠 것 같긴 합니다. 다만 부부와 철없는 아들이 조부모라고 설정된 물고기를 요리하여 맛있게 먹고 심지어 술잔을 나누는 장면은 그 연극적 효과라는 면을 떠나서 섬뜩한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세 번째로 공연된 작품 의자는 앞서 공연된 작품들에 비해서는 연극적 깊이와 상징성이 조금은 두드러진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동료들 간의 놀이가 갑자기 야쿠자의 단지(斷指)가 연상되는 끔찍한 규칙이 적용되면서 갑자기 공포를 증폭하는 놀이로 변질되는 과정을 통해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준수라는 미명하에 무조건적으로 관철되는 법과 제도의 불합리성 혹은 그 속에 잠재된 폭력성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그 순환의 사슬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담아내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제 전달 측면에서는 세 작품 중 가장 성공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세 작품 모두 관객의 머릿속을 괴롭게 만들면서 해당 작품 속에 은근히 스미어 있는 주제와 의미들을 발견해 내는 기쁨을 주기보다는 너무 쉽게 그것들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뻔한 복선과 대놓고 강변하는 주제의식은 명민한 관객들에게는 민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희망역>

작가 : 김이경

연출 : 서국현

연기 : 이범우, 강주희. 송예은, 이신애

 

[줄거리] 이 연극은 희망역에 카메라를 세우고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시작된다. 희망역에는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안에는 노점상 할머니도 있고 샐러리맨도 있고 취업준비생도 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노숙자도 열성적으로 신앙을 전도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좀 더 카메라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저마다의 불행이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와 어떤 희망도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현재가 만들어내는 어두운 그늘이 지하철 전체를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둠속에서도 사람들은 타인에게 손을 내밀고 따뜻한 관심을 내보인다. 그것이 조금씩 모아져서 희망의 싹이 고개를 내민다. 여기는 희망역인 것이다.

 

마지막 작품은 인터미션 없이 곧바로 공연되었습니다. 작품 제목은 지하철 희망역’. 벌써 제목에서부터 극작가와 연출자의 의도가 바로 읽히는 작품이 아니었난 생각합니다. 많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을 통해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반 직장인, 지하철에서 딸을 잃고 30여 년째 지하철 안을 배회하는 여인, 오디션을 보고 소식을 기다리는 여배우, 등산가는 여인네들, 야한 복장으로 주의를 끄는 오만한 여인 등등 그야말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는데 서너 명의 배우는 일인다역으로 이 모든 배역들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해당 배우가 다른 역할을 할 때 그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관극의 또 다른 묘미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하철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연과 연동된 작위적인 지하철 이름들, 이를테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승하차하는 역은 구라디지털단지역’, 기회를 잡은 인물이 하차하는 역은 기회역’,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거치고 도달하는, (관객들이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마지막 희망역등등은 수십 년의 연기 내공을 지닌 배우들이 만든 연극이라기보다는 대학생들의 졸업 작품이나 문학의 밤에서 공연되는 청소년 연극 같은 진부한 느낌을 주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인천시립극단의 이번 <배우열전>은 전문 연출자가 만든 연극이 아니라 배우들 스스로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함으로써 그 동안 연기로서만 만나온 배우들의 또 다른 연극적 스킬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게다가 무료공연이었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전문 연출가의 공연에 비해 다소 극적 긴장감과 극의 집중력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다른 관객 입장에서는 무겁고 어려운 전문연출가의 작품보다 편안하고 쉽게 다가온 공연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한공연이었다는 평가도 나올 수 있겠지요. 반면 공연을 보면서 작품의 숨은 의미들을 발견하는 것을 관극(觀劇)의 가장 커다란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관객들에게는 너무도 친절한 이번 작품들이 다소 김빠지고 진부한 느낌의 소품 같은 연극으로 다가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예술작품을 백 사람이 감상했을 경우 백 편의 서로 다른 감상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예술을 바라보는 올바른 태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개인적인 감상의 평을 밝힌 것일 뿐 해당 작품에 대한 인상과 느낌은 직접 본 관객들 본인의 몫일 거라 생각합니다. 악조건 속에서도 인천극예술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시립극단 배우 및 관계자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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