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민예총 신구 편집위원들 미팅 (6-6-금, 맑음)

달빛사랑 2025. 6. 6. 23:38

 

오늘 오후, 창수 형, 나, 진현 등 민예총 잡지 편집주간을 담당했던 선배들과 최근 새롭게 꾸려진 새내기 어린 편집자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고 후배들의 질문에 대답도 해주라는 취지로 정책위원장 창길이 주선한 자리였다. 후배들이 반갑기도 했지만, 덕분에 그간 지나온 잡지의 역사를 훑어보며 잠시 감회에 젖기도 했다. 예산이 부족해서 원고료도 제대로 못 주고 나의 인맥을 활용해 지인들에게 좋은 원고를 거의 강탈하다시피 얻어온 기억들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래도 지금은 시에서 편집비용을 지원받고 있어서 (비록 정산 의무는 있을지언정) 예산이 없어서 책을 못 내거나 원고료를 못 주는 상황은 아니다.

 

새로운 편집진 중 막내들은 거의 아들이나 딸뻘이라서 귀엽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다. 그들과의 나이 차가 신기했던 게 아니라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사실 그 긴 세월 동안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잡지를 지켜올 수 있었던 건 선배들의 헌신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특히 후배 진현은 가장 오랫동안 편집주간을 맡아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잡지를 지켜냈다. 내가 편집주간일 때는 잡지의 내용과 질을 따질 겨를이 없어서 그저 발간 자체에 의미를 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진현이는 달랐다. 그녀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원고의 질을 포기하지 않았고 잡지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연구자였던 그녀가 바쁜 자신의 시간을 헌신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두어 시간쯤 대화를 나눈 후, 창수 형과 진현이는 선약이 있어서 먼저 가고, 창길, 규영, 종필, 나, 그리고 새로운 편집위원들은 바로 1층에 있는 ‘첫술’에서 뒤풀이했다. 그리고 2차로 오랜만에 갈매기에 들렀다. 종우 형은 반갑다며 홍어 애를 서비스로 주었는데, 그 안주를 상에 놓으며 일행들에게 “이건 문 시인에게 주는 서비스입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후배들은 일제히 나를 보며 ‘먹어도 되나요?’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후배들에게 “먹어 봐. 꽤 고소할 거야”라고 말한 후 종우 형에게도 고맙다고 인사했다. 실제로 고마웠다.❙한편, 창길이는 “참, 이제야 돌려주네요” 하며 가방에서 카디건을 꺼내 내게 주었다. 작년 봄, 그의 집에 놓고 왔던 카디건이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1년이 훌쩍 지나고서야 돌려받았다. 옷에서 향긋한 세제 향이 났다.

 

사람들과 헤어져 전철역으로 걸어오며 술기운으로 인해 결코 연락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무심코 전화했다. 아주 지독하게 나쁜 술버릇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대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모멸스러웠다. 전철 안에서 해당 전화번호를 삭제했다. 그 번호가 존재하는 한 어느 날엔가 술에 취한 채 다시 또 그 번호를 검색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하면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