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장맛비처럼 종일 비 (5-16-금, 많은 비)
예사롭지 않은 빗소리에 잠이 깼다. 오늘처럼 늦봄 아침, 침대에서 듣는 장한 빗소리는 내게 축복이다. 빗소리에 잠에서 깨는 이런 날은 종일 마음이 부풀어 지내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고 비의 기세를 확인한 후, 부리나케 주방을 건너가 테라스 문을 열었다. 빗물 소리가 더욱 요란했다. 듣기 좋은 백색소음이었다. 한동안 비 내리는 거리를 내려다보다가 방으로 돌아와 침대를 정리하고 양치를 한 후, 삶은 달걀 하나와 토마토를 우유와 함께 먹은 후, 한 시간 동안 실내 자전거를 탔다.
이 시간은 (자전거 위에서) 뉴스를 보거나 SNS를 통해 세상과 내 지인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동시에 나의 안녕을 고마워하는 시간이다. 대선을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큰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 정당의 안하무인과 독불장군식 통치로 인한 반사이익일 뿐이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만해질 때, 그들 또한 국민에게 외면받게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점심에는 족발을 먹고 싶어 ‘장수족발’까지 빗속을 걸어가 족발 앞다리(大자)를 사 와서 혼자 3분의 2를 먹었다. 심한 허기를 느끼고 있던 것도 아닌데 먹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내게는 이해할 수 없는 식욕을 보이는 몇 가지 음식이 있는데, 족발도 그중 하나다. 홀로 식탁에 앉아 기름 묻은 입술로 족발을 게걸스레 먹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겠지만……. 먹다 남은 족발은 저녁에 김치찌개 끓일 때 넣어 먹었다. 족발을 넣으면 찌개도 별미다.
내리는 비와 함께 종일 정서의 부침(浮沈)을 겪었다.
소나기처럼 오다 그칠 줄 알았으나
여름 장맛비처럼 생각보다 비는 집요하게 내렸다.
어두워지고 나서도 부슬비로 내렸다. 그러는 잠시
주점 갈매기, 신포동, 간석동 카페 ‘산’ 그리고
함께 술 마시던 주우(酒友)들이 떠올랐으나 연락하지 않았다.
턱 앞까지 왔던 여름이 빗물에 놀라 잠시 주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