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쉴 수 있는 '곁'과 '자리' (4-17-목, 흐리고 비 오다 갬)

달빛사랑 2025. 4. 17. 23:15

 

멍청한 통(統)을 권좌에서 끌어내렸지만, 그가 통이었던 시절에 망가뜨려 놓은 사회 제반의 문제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범죄를 저질러 쫓겨난 인간이 마치 억울하게 희생당한 순교자 코스프레를 하며 국론을 분열하고 법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재구속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다. 사방에서 폭로되고 있는 그와 그의 부인인 ‘용산 달기’의 엽기적인 행각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민생은 팽개친 채 혹세무민과 떠내려가는 권력에 기대 정치생명을 연장해 보려는 구차한 행태들을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사이비 목사가 언제부터 국민의힘(여당) 정치인들의 멘토가 되었단 말인가? 그 알량한 표를 위한 지원을 구걸하고 국민을 개나 돼지로 취급하는 볼썽사나운 작태를 연출하는 그들은 과연 자정능력이 있을까? 단연코 그들은 스스로 달라지는 게 불가능하다. 국민의 냉정한 심판만 그들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언론, 제대로 된 정치가, 제대로 된 종교인들이 턱 없이 드문 대한민국의 현실이 슬프다. 저들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게 너무도 부끄럽다.

 

탄핵 이후 수년간 보지 않았던 뉴스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가, 요즘 다시 보지 않기로 맘먹었다. 공중파 뉴스는 그나마 덜하지만, 유튜브 채널들이 쏟아내는 온갖 저주와 막말들은 듣기가 민망하다. 권력의 주도권만 바뀌었을 뿐이지 말의 공해는 이전과 다름이 없다. 이렇듯 오염된 말들을 오래 접하다 보니, 시는 멀고 생각만 강퍅해진다. 이런 절망과 안타까움은 우리만 느끼는 게 아닌 모양이다. 미국의 국민 역시 대통령을 잘못 뽑아 황당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망나니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민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사람 사는 일은 다를 게 없는 모양이다.

 

이렇듯 재미없는 현실로 인해 지구를 빌려 사는 인간종으로서 여타의 종들에게 미안해질 때, 그야말로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이 부끄러워질 때,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보거나 바람을 느끼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곁’과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스크림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이전에는 몇 차례 시도했던 터라서 결과를 썩 자신할 순 없지만, 어느 순간 섭취량이 너무 늘어버렸다. 일주일에 두어 통이면(빙그레 제품) 아이스크림 가격만 한 달에 5~6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런 경제적 이유보다는 건강에 치명적이어서 끊으려는 것이다. 독(毒)인 줄 알면서도 먹는다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런데 이런 결심을 하고도 냉장고에 남아 있던 아이스크림을 버리기 아까워서 꾸역꾸역 먹었다. 물론 그렇다고 마음이 바뀐 건 아니지만, 뭔가 상황이 무척이나 코믹해 보여 먹으면서도 나 자신이 무척 불쌍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