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형의 새로운 보금자리 (7-26-금, 잦은 소나기)
오늘 2시, 승화원을 찾은 조카는 아버지의 새 보금자리를 구했다며 연락해 왔다. 보금자리 주소는 '인천가족공원 별빛당 3층 31번 중간 5층'이었다. 중간 5층(다섯 번째 칸)이면 높지도 낮지도 않아 가족들이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추모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자리를 얻은 것이다. 하루 늦게 들어가길 잘했다고 매형도 만족할 것 같다. 이제 엄마와 아버지를 만나러 갈 때마다 들를 곳이 한 군데 더 생겼다.
현재 별빛당에는 내 친구들과 친구 부모님도 많이 입주해 있다. 매형은 이곳에서 누나가 자신의 곁으로 갈 때까지 머물다가 누나가 마침내 자신과 만나게 될 때, 온양에 있는 크고 화려한 가족 묘역으로 이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매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남편을 만나러 다닐 엄마(나의 누나)를 배려한 조카 민규의 선택인 것이다.
빈소가 막 차려졌을 때, 매형의 형제들(3분의 누님과 2명의 형)은 민규와 누나에게 '왜 온양이 아닌 인천에 납골하려고 하느냐'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민규가 "엄마가 체력도 약하신데 어떻게 매번 온양까지 오고 갈 수 있겠어요?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는 인천에 아빠를 모실 거예요."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내 생각도 같다. 내가 아버지를 선산(충청남도 면천)에 모시지 않고 가족묘역을 분양받아 인천에 모신 이유도 그런 것이다. 고인의 가족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에 고인의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하는 게 가장 좋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잊혀지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민규가 참 대견하게 느껴졌고, 한편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 역시 인천에 있어야 매형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누나와 민규는 처음에(병원 측으로부터 아버지가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 가족묘에 매형의 유골을 안치하려고도 생각했다고 한다. 아마도 경황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매형 형제들 입장에서 보면, 남의 집 묘역에 동생이 더부살이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인천 거주자는 납골당 이용 요금도 비싸지 않으니, 우리 가족 묘역에 모시지 말고 따로 모시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우리 가족과 별개로 매형의 형제들도 부담없이 납골당을 찾아 추모할 수 있지 않겠어?" 하고 조카와 누나를 설득했다. 내 얘기를 들은 누나도 "듣고 보니 그렇네" 하고 수긍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