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냉면 식당이 생겼어요 (6-27-목, 맑음)
만수동 자가 제면 식당 ‘모밀지기’ 본점이 우리 집 앞으로 이전했다. 집 앞 메밀 냉면집과 집 오른쪽, 짜장 맛집으로 소문난 중국집 ‘전가복’, 그리고 얼마 전에 문을 연 1분 거리 만수역 앞의 ‘한신우동’까지, 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흐뭇한 트라이앵글이 아닐 수 없다. 평양냉면집도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집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만수 3지구 ‘황해냉면’이 있으니 만족하기로 한다. 모밀지기의 모든 면(냉면, 온면, 판)은 6천 원, 요즘 이만한 가성비는 찾기 힘들다. 다만 점심시간에는 대기 번호 받고 한참(길게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오늘이 누나의 생일인 줄 알고 (일정을 알려주는 ‘구글 캘린더’에 그렇게 표시되어 있었다) 새로 생긴 식당 탐방 겸 해서 누나들을 불러 ‘모밀지기’에 들렀다. 마침 누나들도 메밀면을 좋아했고 특히 작은누나는 이 식당이 우리 집 앞으로 이전하기 전부터 (원래 있던 곳은 문일여고 아래 남광아파트 맞은편) 단골이었다. 문제는 점심 시간대에 손님이 밀려 한 시간쯤 기다려야 했다는 거다. 누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원래 이 식당은 옛날부터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다가 먹는 곳이야”라고 했다. 나는 아무리 대단한 맛집이라도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곳은 가지 않는다. 군산에 갔을 때도 유명한 짬뽕집에 들렀다가 수십 미터 늘어선 줄을 보고 돌아서 왔던 기억이 있다. 3지구 큰누나까지 왔으니 어쩔 수 없이 기다리다 먹었다. 대기 번호 37번이었는데, 정말 꼬박 45분쯤 걸려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고, 주문한 음식(메밀냉면 2개와 판 메밀 1개, 만두 2판)이 나오기까지 15분이 걸렸으니 얼추 1시간이 걸린 셈이다. 맛은 괜찮았다. 기다린 게 후회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냉면 가격이 한 그릇에 6천 원이었다. 요즘 이 가격에 한 끼 해결하기는 무척 어렵다. 만두는 한 판에 4천 원이어서 세 사람이 배불리 먹었는데도 2만 6천 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한 시간(최소 30분)씩이나 기다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7일(음력 5월 22일) 오늘이 누나 생일인 줄 알았는데, 엄마의 생신이었다. 누나 생일은 사흘 뒤인 29일(음력 5월 25일)이었다. 엄마 생신도 이맘때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캘린더에 표시하면서 누나 생일과 착오를 일으켰나 보다. 내가 누나들을 만나 농담 삼아 “생일 턱이라고 생각하고 맛있게 드셔. 오늘이 작은누나 생일이잖아요” 했더니, 누나가 “야, 큰 동생, 오늘은 엄마 생신, 내 생일은 낼모레 29일, 음력으로 5월 25일!” 이러는 것이었다. 착각한 김에 엄마 생각했다. 3남매가 모여 이렇게라도 밥 먹고 엄마 생각 잠깐 했으면 좋은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