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연대 후원주점 (6-26-수, 맑음)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가 재정사업의 일환으로 백운역 근처 주점 ‘공존’에서 후원주점을 열었다. 늘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재정확보 방식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서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대체로 주점에 오는 손님들이 해당 연대의 소속 단체 회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쪽 동료의 돈으로 저쪽 동료의 급한 불을 끄는 식이어서 연대 차원의 전체 파이는 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런 방식의 재정사업을 하는 이유는 일단 표를 떠넘긴 후 나중에 회수하는 방식이므로 모금이 쉽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 단체 소속 동지들은 정리(情理)가 있어 동지의 일에 쉽게 지갑을 연다. 안이한 발상이긴 하지만 이처럼 들인 노력에 비해 성과가 쏠쏠해서 많은 단체가 일일주점을 통한 모금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시민연대는 나름의 애로사항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단체들이 가입해 있지만, 각각의 단위들은 결의 수준과 사업 진행 방식이 저마다 다를 수 있고, 또한 연대는 가입 단체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데, 각 단체의 형편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오히려 연대 차원에서 지원해 주어야 할 만큼 어려운 단체가 있다 보니, 회비가 일률적으로 걷히지도 않을뿐더러 해야 하는 일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동지들의 툴툴거림과 방식의 구태의연함에 관해 지적받는 한이 있더라도 일일주점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래도 이런 주점이 열리니 그동안 얼굴 보기 힘들었던, 반가운 얼굴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즉, 이런 자리는 여전히 인천 시민 사회 안에서 양심적 시민으로 살아가는 회원들부터 아직도 단체에서 박봉에 시달리며 사명감 하나로 활동하고 있는 옛 노동운동 동지까지 모처럼 한자리에서 안부를 묻고 나눌 수 있는 기회다. 오늘도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났다. 낙향해 있던 윤 목사 내외, 다양한 인맥이 필요한 정치지망생 지인, 그저 안부만 가끔 들을 뿐 한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동지를 보게 되어 나로서는 오늘이 무척 뜻깊은 날이었다.❚나는 보운 형과 김영철 목사, 원학운 선배가 있는 자리에서 술을 마셨고, 나중에는 테이블마다 옮겨 다니며 아는 얼굴들과 인사했다. 8시 30분쯤에는 교육감도 방문해 인사하고 갔다. 주점은 9시에 정리했다. 일행들은 그곳을 나와 백운역 앞 편의점에서 2차를 했고, 나는 한 시간쯤 앉아 있다가 30번 버스를 타야 해서 일행들과 헤어져 먼저 귀가했다. ‘공존’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편의점에서 소주를 마신 탓에 집에 도착하니 속이 메슥거렸다.
후원주점에 참석하기 전, 다음 달에 있을 순직 교사 추모제 관련 교육감 추모사를 써서 비서실에 넘겼다. 추모사를 쓰느라고 자료를 찾아보니 요 몇 년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교사들의 죽음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20대 어린 교사들이었다. 그 죽음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는 교사라는 직업이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는 직업이 아니라 3D 직업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