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빠지다 (6-15-토, 비 내리고 갬)
내가 모르는 사이에 비가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땅이 젖지 않았다면 비 왔는지 몰랐을 거다. 그래서 그랬을까, 새벽녘에 서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방안을 휘돌았던 걸 기억한다. 예상했던 대로 아침에 속이 더부룩했다. 냉면을 먹을까 하다가 각종 채소(청경채, 버섯, 숙주, 양파, 파, 마늘)와 계란을 넣고 곰탕면을 끓여 먹었다. 속이 편해졌다. 점심에는 비빔국수를 먹었다. 면으로 두 끼를 해결한 셈이다.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먹었음에도 집에 있던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다. 술 마신 다음 날의 이런 루틴은 아주 고약하다. 고약한 걸 알면서도 중독자처럼 끊어내질 못한다. 먹을까 말까 갈등할 때는 수만 가지의 변명 거리가 막 떠오른다. 할 수 없이 평소보다 자전거 운동 시간을 한 시간 늘렸다. 섭취한 열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운동량이지만, 그나마도 안 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알게 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보았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라고 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인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혜윤이 여주인공이어서 특별히 관심이 갔다. 판타지, 타임슬립, 자꾸만 어긋나는 타이밍 등등 멜로물의 공식들을 모두 장착하고 있는 드라마였는데, 뻔하고 유치한 내용이라는 걸 알면서도 보다 보니 어느덧 드라마에 감정이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미소년처럼 잘 생긴 남주인공과 연기력 만렙인 여주인공의 연기력 때문이기도 했고, 사랑꾼이라고 자부해 온 내 연애세포가 고사하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아무튼 보고 또 보고, 가끔 눈물 찔끔거리고, ost를 찾아 듣고 다시 요약 영상을 찾아보고...... 오늘은 종일 솔이와 선재의 애틋하고 달달한 사랑에 빠져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