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늘부터 나흘간 나는 자유다 (6-5-수, 맑음)
달빛사랑
2024. 6. 5. 23:37
주중에 현충일이 끼어 있어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출근하지 않는다.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없어서 무척 홀가분하게 닷새를 쉴 수 있다. 시간은 나를 배려한 적도 없고 일말의 온정도 없기 때문에 닷새가 다섯 시간처럼 빠르게 지나갈 수도 있다. 그저 텔레비전이나 무기력하게 들여다보거나 사람 만나 술 마시고, 운동하고 낮잠 자고 인터넷 하면서 아무 보람 없이 닷새를 허비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다. 운동하고 낮잠 자고 사람 만나는 일을 무조건 보람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책을 보거나 글을 써야만 보람 있고 의미 있게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는 건 일종의 강박이다. 하루를 소일하는 방식만으로 의미와 무의미를 가를 수는 없다. 본인의 마음에 성취감과 만족감이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핵심이다. 정직한 인간이라면 그까짓 것은 쉽게 변별된다. 아무튼 확실한 건 지금부터 닷새 간은 해야 할 일이 없어서 무척 자유롭다는 것, 이것이 팩트다. 여기서 말하는 ‘해야 할 일’에 내 개인적인 일은 해당되지 않는다. 빨래하거나 청소하거나 장을 보는 일은 숨 쉬거나 밥 먹는 일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늘 하는 일이다. 내게 있어 해야 할 일은 원고청탁이나 마감을 며칠 안 남긴 글 약속 같은 거다. 즉 타인과의 약속에 해당하는 일들이다. 그러니 닷새를 쉬면서 타인과의 약속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건 얼마나 자유롭고 기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