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치과진료 ❚ 뜻밖의 초대 (5-14-화, 맑음)

달빛사랑 2024. 5. 14. 23:28

 

 

여름의 하루하루가 숨 가쁘게 흐르다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오늘이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아니, 아예 수요일이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정신없었다. 수, 금요일은 교육청 ‘가족 행복의 날’이라서 평소보다 출퇴근이 30분 빠르기 때문이다. 출근한 후 실내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을 듣고서야 오늘이 화요일이란 걸 비로소 알았다. 보운 형은 킬킬 웃으며 “그럴 때 있어” 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요일을 헷갈린담. 아무튼 스스로 민망해서 나도 킬킬 웃었다. 요 며칠 계속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다녔는데, 오늘은 아침에도 전혀 썰렁하지 않았다. 내가 용인(?)할 수 있는 여름의 가장자리가 바로 요즘이다. 더 깊숙이 여름 안으로 들어가면 여름과 나는 적대적 관계가 될 것이다.


점심때는 치과에 들러 새로 만든 왼쪽 임플란트 치아를 끼고 교합 상태를 점검받았다. 원장 말대로 지난주 착용했던 치아보다 이번에 새로 만든 치아가 확실히 편안했다. 맞지 않는 부분은 그라인더로 갈아 주었다. 이후에도 이것저것 살펴보며 다시 본을 뜨고 파노라마 사진을 찍고 정면과 측면 얼굴 사진을 찍었다. 원장은 편안해질 때까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며 당분간은 치과에 들러야 한다고 했다. 또 신경 치료하지 않은 본래 치아 하나가 시큰거린다고 했더니 그것도 치료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누운 채로 고개를 까닥거려 고맙다는 의사를 전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원장의 의지가 느껴져 잠시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 주 진료 예약하고 치과를 나오자마자 보운 형에게 전화 왔다. 돼지국밥집으로 오라고 전화였다. 국밥집에 도착하자 테이블 위에는 주문한 국밥이 나와있었다. "지금 막 나왔어" 보운 형이 말했다. 형 덕분에 오랜만에 돼지국밥을 먹었다. 

 

퇴근 후에는 동화마을에 들렀다. 시 낭송 모임을 운영하는 최○주 씨가 저녁을 대접하겠다며 초대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녀의 모임에서 시 낭송을  한다면서 팸플릿 초안을 SNS에 올렸을 때, 내가 치명적인 오타(詩가 時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녀들의 모임 이름은 詩로 시작한다. 따라서 자신들의 이름이 자칫 엉뚱한 한자로 인쇄될 뻔했던 것을 바로잡아 준 것이다)를 발견하여 댓글로 알려준 적이 있다. 최○주 씨는 그런 나의 '배려'가 너무 고마웠다며 식사 한번 대접하겠다는 의사를 은준을 통해서 여러 차례 전해왔다. 나는 대접 받을 만큼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거절했다. 하지만 3주 전에는 구체적인 시간과 날짜까지 정해서 초대한 탓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너무 빼면 예의가 아닌 듯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은준과 함께 동화마을 그녀의 '옥상 파티'를 찾게 된 것이다. 오늘 또 이렇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낯설면서도 익숙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졌다. 사소하게 베푼 선의가 만든 뜻밖의 관계다. 삶은 참 다채롭게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