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누나들과 점심 ❙ 후배들과 만나다 (4-6-토, 맑음)

달빛사랑 2024. 4. 6. 23:00

 

 

오전에는 큰누나가 방문했다. 지난번 식사하면서 운동하라고 내가 정색하고 권면했더니, 며칠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고, 오늘은 일부러 3지구에서 우리 집까지 걸어왔다고 했다. 작은누나도 오늘은 비번이라서 셋이서 집 근처 갈비탕집에 들러 함께 식사했다. 작은누나는 식사하다 말고, "막내가 생각나네" 했다. 형제들끼리만 오붓하게 식사한 게 꽤 오래되었다는 말을 에둘러서 한 것이다. 그러자 큰누나는 "난 점심 때 되니 남편 생각난다" 하며 웃었다. '흉볼 때는 언제고?' 하는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미운 건 미운 거고, 생각나는 건 생각나는 거고" 했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평생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란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바람피우고 돌아온 남편을 위해 정성스레 식사를 챙겨준 누나였으니. 그래도 지금은 애들이 장성해, 누나 편을 들어주기 때문에 이전처럼 속절없이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식사하고 우리 집에 와서 커피를 마셨고, 나는 깜빡 낮잠을 잤는데,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 깨어보니 매형이 누나들과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자신을 데려가라고 큰누나가 부른 모양이었다. 이래저래 요즘 누나들을 자주 본다. 


저녁엔 고등학교 후배 S훈과 H동을 만났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치우고 있을 때라서 훈에게 연락 왔을 때 "둘이 마셔" 했다. 피곤하기도 하고 식사도 마친 상태라서 거절했더니 이번에는 동이 전화를 받아 들고 "형, 보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오늘 안 나오시면 나 무척 서운해요." 했다. 결국 4시부터 시작된 그들의 술자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동은 멀쩡했고, 훈은 많이 취했는데, 훈 쪽에서 동에게 "너 취했냐?"라는 말을 훨씬 자주 했다. 오늘 술자리에서 동은 작년 가을쯤에 꾸어간 돈 20만 원을 돌려주었다. 최근에 프로젝트를 얻어 수입이 생겼다며, 오늘 술자리도 그래서 마련한 것이라고 훈이 말했다. 자신도 오랜만에 동이 연락해 술 마시자고 했을 때, 의아했다고 한다. 나는 돌려받을 생각 없이 꾸어준 돈이기 때문에 공돈 같은 느낌이었지만, 동에게는 "오늘 꿔 준 돈을 받아서 기쁜 게 아니라 네가 안정적인 수입이 생겼다는 게 기쁘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안정적일지 아닐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해요." 했다. 

 

부대찌개 식당을 나와서 금별맥주에 가서 맥주를 마셨고, 3차로 비틀스에 가서 음악을 들었다. 맥줏집에서부터 내가 계산한다고 해도 훈은 마치 자기가 낼 것처럼 뜯어말렸고, 동도 "됐어요. 오늘은 제가 할게요" 했는데, 오후 4시부터 술자리가 시작됐다면, 동은 술값으로 꽤 많은 돈을 지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뭐, 그런 날도 있는 거겠지. 아무쪼록 동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연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경제학과 나온 녀석들이 왜 그리 쪼들리며 살아가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로지 운이 없는 걸까?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경(H)에게 연락했다. 경은 일이 있어 서울에 있었다.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니 뉴스에서는 사전투표율이 전례 없이 높다고 야단들이었다. 높은 투표율이 어느 집단에게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굥과 국짐당에게 유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최악이 차악들에 의해 쪼그라들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