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 회식 ❚ 2월을 보내며 (2-29-목, 흐림)
오전에는 치과에 들러 의치와 임플란트를 손봤습니다.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건 치과 측에서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임플란트를 했더라도 내 잇몸 상태가 워낙 나빠서 씹는 데 혹시나 힘을 받지 못할까 봐 금속 입천장 지지대를 부분적으로라도 넣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 즉시 대답하기는 뭐해서 일단 치열 조정 끝나고 구체적인 제작 단계에서 고민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듣기로는 자석으로 결합하는 임플란트 의치는 결합력이 너무 좋아 늘 끼고 있어도 상관없을 정도라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슬쩍 원장에게 그 말을 했더니, 자석 틀니는 시간에 따라 매번 소모품을 바꿔야 하고 그럴 때마다 비용이 만만하지 않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수술 방식인 '코너스 크라운' 방식도 접착력이 자석 틀니 못지않게 강하다고 했습니다. 농담으로 "키스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나를 담당한 치위생사는 "원장님께서 다른 분들보다 문계봉 님께 특별히 더 많이 신경 쓰시고 계세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후에는 은준이가 전화해 한 시간에 걸쳐 시 쓰기 전화 상담(거의 강의 수준)을 해주었습니다. 고민이 많은 모양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시작할 때는 자신감이 하늘을 찔러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쯤 현실의 벽을 느끼며 자신의 일천한 독서와 시 쓰기의 어려움에 관해 절실하게 깨닫기 시작했을 거예요. 그래도 다른 것도 아니라 시를 쓴다는데 모른 체할 수 없어, 내 나름의 생각을 말해주었습니다. 너무 전문가들의 '시론' 책만 골라 읽지 말아라, 그럴 바엔 차라리 시집이나 소설들을 읽어라, 그리고 테크닉만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해라, 일천한 체험으로 시를 만들어 쓰면 시가 남의 옷을 입거나 생명력이 없어 오래가지 못한다, 등등 대충 이런 얘기들이었습니다. 정곡을 콕콕 찔렀더니 "맞아요, 형. 바로 그거예요" 하며 맞장구를 치더군요. "너는 너무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어. 관종의 태도를 버리고 고즈넉이 너만의 세계로 침잠해 봐" 이 말도 해주고 싶었으나, 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하게 될 날이 있으면 면전에서 진지하게 해 줄 생각입니다
퇴근 후에는 비서실 회식이 있었습니다. 교육감을 비롯해서 이전에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직원들까지 약 20여 명이 모였습니다. 전 비서실장 박과 후배 차건호 교장 등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2차 자리에서 아들에게 전화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길병원에서 집까지 걸어왔습니다. 갑자기 추워져서 걸어오는 데 무척 힘들었요. 이렇게 2월이 저물었네요. 3월에는 아름다운 일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