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고교 동창들과 만나다 (2-22-목, 흐리고 저녁에 눈)

달빛사랑 2024. 2. 22. 21:26

 

오늘도 흐리고 비 오고 눈 내렸어요. 쨍한 느낌의 맑은 날을 만난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네요. 비도 많고 눈도 많은 요즘입니다. 어제 음주했기 때문에 오늘은 집에서 밀린 일을 하며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술꾼의 일상은 피곤함의 연속입니다. 점심 즈음에 밴댕이(별명) 기홍이가 술 한잔하자며 전화했어요. 어제 많이 마셨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 연속으로 술 마시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더니, 기홍이 왈, "일단 밥 먹고 해장하면서 저녁까지 컨디션을 회복시켜 봐. 진정한 술꾼은 어제 마셨어도 오늘 술자리가 있으면 또 마시는 거야" 하며 다른 친구 희열이와 치과의사 성국이게도 연락했다고 하더군요. 일단 알았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어요. 안 나갈 생각이 90%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밴댕이 기홍이는 집요했습니다. 계속 전화하고, 문자하고...... 결국 5시에 갈매기 맞은편 후배의 고깃집에서 기홍, 희열, 나 셋이서 먼저 만났습니다. 밴댕이 기홍이는 조니워커 그린 라벨 한 병을 들고 왔더군요. 소주잔에 두어 잔을 마셨는데, 술맛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내 소주로 바꿨습니다. 40도의 센 술이 겁났습니다. 오도독뼈, 생삼겹, 된장찌개, 가래떡 구이 등을 안주로 정말 배부르게 술 마셨어요. 6시 30분쯤 성국이가 치과일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7시 조금 안 돼서 H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요즘 진행하는 사업들이 많아 바쁘고 힘들 텐데도 항상 먼저 전화해 안부를 묻는 그녀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오늘 전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 전화해요.(웃음) 아무리 바빠도 3월에는 반드시 만나서 맛있는 거 먹어요. 꼭!" 하는 그녀에게, 나는 "재단 일정표 보니까 3월에도 쉴 새 없이 사업들이 펼쳐지던데, 나 신경 쓰지 말고 나중에 한가할 때 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래, 3월에는 꼭 보자. 얼굴 잊어먹겠다' 했습니다. 하늘에서는 펑펑 눈 내리고 있었어요. 전화 끊고 잠깐 갈매기 안을 보았더니 두세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습니다. 인천집을 제외하고는 후배 고깃집이나 갈매기나 다 고전하고 있네요

 

2차는 인천집으로 갔습니다. 사장님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또 오셨네' 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고맙습니다" 했다. 나도 "또 왔네요." 하며 웃었습니다. 토요일에도 이곳에서 제고 연세대 동문들을 만날 예정이니, 이번주에만 3번을 오는 셈이네요. 사실, 2차는 갈매기로 갈 예정이었는데, 성국이가 소문으로만 들었던 인천집에 가보고 싶다고 하도 성화를 부려  바로 옆에 있는 인천집에 들를 겁니다. 종우 형에게는 미안하게 된 거지요. 

 

인천집은 어제보다 한산했습니다.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는 모둠회를 주문했어요. 병어와 우럭, 세꼬시가 얼마나 싱싱하고 맛이 있던지, 소주 안주로는 역시 회 만한 게 없습니다. 하지만 소주 두어 병이 비워지자 밴댕이는 졸고, 희열이는 혀가 꼬여 주로 성국이와 내가 대화를 나눴어요. 회도 아깝게 남았지 뭡니까. 돼지고기로 배를 채운 상태라서 아무리 회가 맛있어도 다 먹지는 못하겠더라고요. 특히 먹성 좋은 기홍이와 희열이가 술에 취해 안주를 먹지 않는 바람에 안주가 더 많이 남았던 거지요. 아까웠습니다. "이곳은 내가 오자고 했으니 내가 계산할게" 하며 성국이가 술값을 계산했습니다. 기홍이는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당연하지" 하더군요.

 

기홍이는 대리운전을 불러 청라로 갔고, 희열이는 집이 관교동이라 걸어서 갔고 나와 성국이는 전철역까지 걸어와 전철 타고 돌아왔습니다. 성국이는 내게 무척 많은 말을 했습니다. 특히 4월에 있을 딸 결혼식 때문에 생각이 많아 보였습니다. 희열이의 딸도 6월에 결혼을 합니다. 친구 자녀들이 모두 시집 장가를 가네요. 부러웠습니다. 우리 아들 결혼과 결혼식 절차를 생각하면 나도 생각이 많아집니다. 어떻게 되겠지요. 미리 당겨서 걱정하지 않을래요.

 

집 앞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 왔습니다. 회는 안 들어가도 아이스크림은 들어가더군요. 기어코 한 통을 다 먹었습니다. 몸무게가 걱정이지만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하렵니다. 오늘도 내 집의 모든 사물과 화초들, 에브리바디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