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설날 (2-10-토, 맑음)

달빛사랑 2024. 2. 10. 23:16

설날이다. 어젯밤 늦게 잔 탓도 있겠지만,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명절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났는데도 아무런 기척 없는 집이 평온하다기보다는 적막하고 쓸쓸했다. 엄마 계실 때는 아들의 차를 타고 아우의 집에 가거나 설 명절 추도예배를 본 후 식사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대개의 사람에게는 일 년 중에서 가장 분주하고 정겨운 날인 오늘, 나는 자리에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며 한참을 잡생각에 빠져있었다. 화장실이 급해질 때까지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급한 요의(尿意)가 아니었다면 점심때가 되어서야 일어났을 것이다.

 

요즘 다시 체중 관리를 시작해 아침을 거르지만, 오늘은 설 명절, 그리고 어제 누나가 떡국 끓여 먹으라고 소고기와 떡국떡을 가져다주었으니, 오랜만에 아침을 먹기로 했다. 이미 10시가 다 된 시간에 시작했기 때문에 조리가 끝나니 얼추 11시가 되었다. 결국 아침 겸 점심으로 떡국을 먹었다. 냉장고에 있던 만두도 7개를 넣었다. 확실히 다시다로 간을 한 떡국과 한우 국거리로 간을 한 떡국은 맛이 달랐다. 내 손으로 직접 끓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래도 설날 늦은 아침에 떡국을 먹고 보니, 비로소 한 살을 더 먹었다는 느낌은 들었다.

 

오후에는 운동하고 낮잠을 잤고, 5시쯤 일어나니 은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명절 고아들’끼리 후배 시인 심(沈)의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며 나도 오라고 했다. 하지만 사양했다. 골초들 틈에 끼어 간접 흡연하기가 겁났고, 무엇보다 혼자 지내는 고즈넉한 편안함에 길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배 시인들인 심과 손(孫) 둘 다 장애가 있어 그간 불편하고 외로운 명절을 보내기 일쑤였을 것 같아, 전화를 끊고 나서도 ‘지금에라도 간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생각이 많은 것도 병이다. 아무쪼록 외롭고 힘든 모든 이에게 설날의 넉넉함과 정겨움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아들에게서 전화 한 통이 없다.

다른 그 무엇보다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난다.

난 아버지에게 무척 모질었다.

“죄송해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