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겨울비는 내리고 (2-5-월, 비와 진눈깨비)

종일 비 내렸다. 오후에는 진눈깨비로 내렸다. 바람도 세게 불었다. 어제는 초봄의 한낮처럼 따듯했으나 오후가 되면서 강한 바람이 찾아왔고 날씨가 추워졌다. 창밖으로 종일 빗방울이 날리고 눈발이 날리니 마음도 덩달아 벌렁거렸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찍 귀가하고 싶었으나 눈과 비가 마음을 격동하는 걸 어쩌겠는가.
오늘은 내가 먼저 전화했다. 한 달 전 신세 졌던 한오에게 전화했고 상훈에게 전화했고 은준에게 전화했다. 한오는 약속 있어 어렵다고 했고 상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은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고 7시쯤 우리 동네 족발집(장수족발)에서 보기로 했다가 월요일은 장수족발 정기 휴일이라서 근처 다른 족발집으로 자리를 바꿨다.
작년 하반기 모질게 관리했던 몸 상태가 관리 이전으로 회귀하는 중이다. 외모야 바뀐다 한들 무슨 상관이겠는가마는 애써 회복했던 건강이 리셋될까 걱정이다.
상훈과 6시 반쯤 먼저 만나서 대화를 하고, 7시쯤 은준 합류, 이후의 일정은 '만수동 루틴'(1차 고깃집이나 횟집, 2차 근처 실내포장마차 '옛날집', 3차 '인쌩맥주'에서 입가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2차 자리에서 티격태격하던 후배들이 결국 3차 맥줏집에서 대판 붙어버려, 당분간 볼일이 없게 되었다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 특이하달까. 원래 성격이 너무 달라 오랫동안 서먹서먹한 사이로 지내던 두 사람을 작년 가을쯤에 일부러 자리를 마련해서 화해를 시켰던 건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버렸다.❚
오늘 '사태'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상훈이가 '이 새끼, 저 새끼' 하며 은준을 하대한 것도 문제였고, 특히 "저 새끼는 평생을 거짓말만 하고 살아서"라는, 다소 인격모독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갈등은 내연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상대를 통해서 보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기는 하는데, 아무튼 물과 기름 같은 둘은 한동안은 서로 만나지 않을 것 같다. 상훈이는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내게도 서운해했다. 택시비 2만 원을 주어 상훈이 먼저 귀가시키고 은준과 나는 함께 우리집에 들러 소주 몇 잔 더하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