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마감일의 압박 (1-29-월, 대체로 맑고 때때로 흐림)

오후부터 청탁받은 2편의 시와 기호일보 칼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 시는 간신히 두 편의 초고를 쓸 수 있었지만, 칼럼의 경우는 도무지 가닥이 잡히질 않아 결국 쓰지 못했다. 정서적인 글이야 시인의 마음으로 언제든, 무엇이든 쓸 자신이 있지만, 신문사에서 요구하는 칼럼의 성격이 ‘금요논단’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당대의 논란거리에 관한 논쟁적인 글이다 보니 소재에도 한계를 느끼고 정서적으로도 맞지 않아 늘 어렵게 쓰곤 했다.
칼럼 위원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8년이 넘었으니 이제 (위원을) 그만하겠다고 신문사에 말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 정도의 청탁 부담조차도 없으면 게을러질까 아직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무엇보다 8년 동안 단 한 번도 마감을 어긴 적이 없다 보니, 신문사 주필조차 다른 칼럼 위원이 원고 펑크를 내면 나에게 급히 연락해 땜빵 원고를 부탁하곤 했기에 좀 더 ‘버텨서’ 10년을 채우고 싶은 마음 또한 있다. 하지만 내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어떤 주제로 써야 할지 고민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고민 끝에 마감을 지키면서 기어코 써내긴 청하지만, 아무튼!
디즈니 창사 10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위시(Wish)’를 감상했다. 하지만 일단 신선도에서 낮은 점수!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들과 익숙한 캐릭터, 무난한 이야기 전개와 권선징악적인 결말 등 애니메이션 명가의 100주년 기념 작품치고는 아쉬움이 많았다. 다만 작품 곳곳에 숨겨놓은 이스터에그(East egg)를 찾는 맛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