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눈과 함께 찾아온 한파 (12-16-토, 눈 내리고 흐림)

달빛사랑 2023. 12. 16. 20:47

 

 

기온은 급강하 했고 눈은 먼 곳의 하늘부터 차곡차곡 채우며 인천까지 올라왔다. 천안의 후배는 김장을 담그러 별장이 있는 보령에 왔는데 마당에도 장독대에도 눈이 가득 쌓이고 있다며 하얀색만 가득한 사진을 보내왔다. 그녀의 문자를 받고 테라스 문을 열자 이곳에도 눈발이 펄펄 날리고 있었다. 이미 바닥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얇은 잠옷 속을 파고드는 겨울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잠깐 열어보고 이내 닫았는데도 안경에 하얗게 김이 서렸다. 기상청에서 예보한 ‘올겨울 기상 이변’의 전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상 최악의 엘리뇨 때문에 올겨울 한반도는 장맛비처럼 많은 비가 내리고 툰드라의 겨울처럼 사나운 한파가 자주 찾아올 거라고 했다. 이제 시작이다. 가까운 중국 북경 역시 기록적인 폭설과 영하 45도라는 가공할 한파가 찾아와 도시 기능이 마비되었다고 한다. 이건 분명 조짐이고 전조다. 자연은 인간들에게 이제는 무엇에 사고를 집중해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는 중인데 안타깝게도 인간들은 그 경고에 관심 두지 않고 있다. 종(種)의 역사에서 이리도 잔혹하고 이리도 욕심 많고 이리도 어리석은 종이 또 있을까. 눈은 오후가 되면서 차차 그쳤다. 바람이 쌓인 눈 위를 달릴 때마다 눈은 밀가루처럼 풀풀 날렸다. 창문 밖으로 들리는 “웅!” 하는 바람소리가 흡사 사람이 우는 소리처럼 들렸다. 저녁 먹고 잠깐 아이스크림 사러 외출했을 뿐 종일 집에 있었다. 오후 잠깐 낮잠을 잤을 때도 엄마 꿈을 꾸었다. 그래서 이내 깼다. 요즘에는 정말 엄마 꿈을 자주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