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을비, 어찌 이리도 복스럽게 내릴까 (9-26-화, 비)
달빛사랑
2023. 9. 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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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는 종일 내리고, 젖은 도로 위를 구르는, 비밀 종교의 잠언 같은 깊은 적요(寂寥). 하나둘 물에 잠겨 자맥질 하는, 갈 곳 잃은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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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빠진 술맛 같은 이야기를 늘어놔도, 남은 술의 여운으로 이야기를 살찌우는 그런 사람과, 한세상 고단함일랑 모두 던져 버리고, 배호나 이미자 류(類)의 노래를 듣다가 가끔 청승맞게 훌쩍이기도 하면서 편안하게 취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별거 아닌 말에도 까르르 웃어주는 사람 앞에서, 맑은 술처럼 내리는 빗물에 장단을 맞춰, 십팔번인 조용필의 '보고 싶은 여인아'나 '희망가'를 부르거나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 느린 화면으로 저무는 하루의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며 서서히 취하고 싶은 그런 '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