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약, 파란 약 (07-06-목, 맑음)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을 위해서는 우선 사람을 선택하고 그 사람과 함께할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고, 메뉴를 선택하고 옷차림을 선택하고 하루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는 방식에 관해 선택하고 헤어져 돌아오며 전할 단어를 선택하고…… 그 모든 선택이 사랑의 성패를 좌우한다. 알라딘의 지니처럼 전지전능한 누군가가 선택의 순간마다 가장 현명하고 올바른 대답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매번 '빨간 약'과 '파란 약' 중 하나를 스스로 골라야(선택해야) 한다. 당연히 빨간 약의 빨간 결과와 파란 약의 파란 결과에 대해 책임도 져야 한다. 오죽하면 화장실 귀신조차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하고 물어봤을까.❚아침에 일어나 오늘 출근할까, 내일 출근할까 고민했다. 컨디션에 따라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 선택제 공무원의 좋은 점이다. 결국 이미 아침 운동까지 마친 상태라서 출근하기로 했다. 목요일과 금요일, 혹은 출근과 비 출근 중 어떤 것이 빨간 약이고 어떤 것이 파란 약인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변함없이 무언가를 선택하며 하루를 시작했다.❚점심시간에 비서실 식구들 모두 구내식당에 가지 않았는지 (아니면 대개 목요일에는 내가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밥 먹으러 갔거나) 12시가 넘어서도 내 방문을 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혼자 밥 먹으러 갔다 올까 고민하다가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 간단하게 운동하고 1시 30분쯤 점심 먹었다. 17시간 반 만에 먹는 밥이었다. 오후 8시 전에 저녁 식사를 마쳤다. 몸무게는 어제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