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우기의 시작 ❙ 거듭날 결심 (06-26-월, 장맛비)

달빛사랑 2023. 6. 26. 20:30

 

장마가 시작되었다. 예보에 의하면 이번 장마는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되었고 강수량도 예년보다 많을 것이라고 한다. 은근히 기대했는데, 아침 출근길에 만난 비는 늙은 영감님의 해소 기침 같은 부슬비였다. 우산을 쓰기도 그렇고 안 쓰기도 그런 감질나는 비.


평소 냉면, 라면, 칼국수, 콩국수 등의 면류를 자주 먹었고 금연 이후에는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다 보니 (탄수화물과 당분 과다 섭취로 인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번 혈액 검사에서도 공복 혈당 수치(130)가 정상치를 벗어났고, 잘은 모르지만 당뇨와 관련된 모종의 수치도 당뇨병 전단계를 넘어 ‘당뇨 단계’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다. 물론 완전 공복이 아니라 물에 희석한 단백질 분말을 한 컵 마시고 난 후 측정하긴 했지만, 사실 위험 경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년 동안 늘 정상(正常)과 위험의 경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섭생과 생활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말년이 힘들 것 같아 오늘부터 구체적인 개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우선 음주는 물론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일단 라면을 비롯한 면류를 끊고 운동 강도를 지금보다 2배 정도 높일 생각이다. 그리고 당장 늘어난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당분간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진행하려 한다. 한낮인 12시에 점심 먹고 오후 6시나 7시쯤에 저녁을 먹은 후 이튿날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까지 약 16시간 동안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거다. 본래 아침은 잘 먹지 않아 걱정할 건 없지만, 저녁 6시 이후 잘 때까지 야식을 먹지 않고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게 만만하지 않은 일이다. 나는 이미 야간작업이 많은 올빼미 생활과 잦은 음주로 인해 늦은 저녁 음식 섭취나 야식이 생활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지 않아도 실천해야 한다. 내 장점 중 하나가 일단 결정하면 반드시 실천하는 것이다. 어제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와 (잠깐 자고 일어나) 7시쯤 저녁을 먹은 후 오늘 점심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점심은 청사 뒤편에서 설렁탕으로 해결했고, 조금 일찍 퇴근해서 운동한 후, 7시쯤 저녁을 먹었다. 저녁 후에는 사이클을 한 시간 탔다.  사실 퇴근 전에 혁재에게 전화가 왔었고, 한 40분쯤 후에는 종우 형이 전화를 걸어 ‘우리 가수’ 혁재도 있고 조구 형도 오셨으며 산이도 들를 예정이라며 갈매기에 오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새로운 루틴을 만들기로 한 결심을 몇 시간 만에 깰 수는 없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간헐적 단식을 일주일쯤 진행한 후에는 소식(小食)과 운동, 식단 관리로 컨디션을 점검해나가려고 한다. 몸무게를 60kg대로 감량하고 혈당 수치를 정상으로 끌어내리기까지 관리는 계속될 것이다. 불가피하게 술을 마시게 될 때는 가급적 소주나 양주를 마실 생각이다.

 

뭐 그렇다고 수도사 같은 삶을 살기야 하겠는가. 그럴 수도 없고 그러기도 싫다. 다만 이미 나빠진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더 나빠지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 그나마 아직 치명적 단계는 아니고 주의 단계라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의사의 말을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내가 봐도 뱃살이 많이 늘었다. 보기 안 좋다. 절대 루저로 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