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갈매기에서 만난 소식들 (06-20-화, 흐리고 비)

달빛사랑 2023. 6. 20. 20:09

 

어제 오랜만에 ‘갈매기’에 들러 막걸리를 마셨어요. 사실 갈매기에 들르면 막걸리도 마실 수 있지만 지인들의 안부를 들을 수 있어 좋아요. 조구 형 안부나 혁재의 소식을 갈매기에 들러 확인할 수 있는 거지요.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다들 건강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긴 챙겨줄 사람 없이 혼자 사는 내가 더 걱정이긴 하지만, 아무튼!

 

어제 들렀을 때 새롭게 알게 된 소식은, 갈매기 바로 앞집, 한동안 곱창집이었다가 서너 달 전에 굴 안주 전문점이었던 바로 그 집, 대책 없이 그 골목에 들어왔다가 파리만 날리다 결국 문을 닫은 굴 안주집에 내 고등학교 후배가 고깃집(‘정 가득 고기 듬뿍’)을 냈다는 겁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어, 앞집 간판 바뀌었네요.” 했더니, 종우 형이 “아,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려고 했어요. 앞집 사장이 계봉 씨 후배라던데요. 갈매기 외벽에 걸린 시를 보더니, 계봉 씨가 자기 선배라고 하더라고요.” 하며 문을 열고 나가서 그 후배를 데리고 와 나에게 인사시켰습니다.

 

정말 아는 후배였어요. 이름까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제물포고등학교 총 동문산우회 산행할 때 몇 번 봤던 후배였습니다. 반갑기도 했지만, 경기가 너무 안 좋을 때 개업해서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송도에서 고깃집을 해왔던 경력(인터넷 검색해 보니 나름 유명한 고깃집이었습니다)도 있고, 성실하기도 해서 빚잔치로 장사를 마감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현재 총 동문산우회 회장도 맡고 있다고 하니, 동창들이 산행 끝나고 후배의 고깃집에서 뒤풀이하면 적어도 최소한의 매상은 올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긴 장사가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나도 우리 26회 동문산우회 전체 톡방에 후배의 개업 소식을 사진과 함께 올려주었습니다.

 

후배가 다녀간 탓에 막걸리를 제법 많이 마셨습니다. 4병이나 마신 거지요. 후배에게 따라주기도 하고 갈매기 사장도 함께 마셨으니 그 4병을 오로지 나 혼자 다 마신 건 물론 아니었지만. 세 병째 마실 때쯤 후배 H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잘 지내고 있느냐는 안부 전화였습니다. 주말이 없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요즘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힘내라고 해주었습니다. 맘 같아선 갈매기에 있으니 잠깐 들르라고 하고 싶었지만, 내가 너무 많이 마신 상태였고, 그녀도 무척 피곤한 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만나려면야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까요. 서로 바빠 자주 보진 못해도 이렇듯 빼먹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 안부를 물어주니 참 좋습니다. 4병을 마시고 일어났더니 종우 형이 “멀쩡한데, 한 잔 더 하셔”라며 살살 꼬시더군요. 하지만 유혹을 단호히 거부하고 순복음교회 쪽으로 슬슬 걸어와 버스 타고 귀가했습니다.

 

어제는 참 더웠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것이겠지요. 그래서 약간 겁을 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날도 흐리고 간간히 비가 내려 고맙게도 더위가 어제보다 한풀 꺾였네요. 늦은 밤,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낮에 내리던 비와는 그 기세가 다르네요. 시원합니다. 저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야겠어요. 이 밤, 저마다의 삶 속에서 분주한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