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거나 미워할 결심 (5-26-금, 흐림)

미워할 결심!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하며
우리는 좋은 나라에서 살 권리가 있고, 그 권리의 무게만큼 나쁜 정부에 대해 미워할 권리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요즘 뉴스 보기가 겁나지 않은가요?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정부, 그들과 뇌동(雷同)하는 정치인, 그 한심한 정치인을 닮고 싶어 안달이 난 종교인, 법조인, 언론인, 곡학아세하는 학자들, 그들의 도를 넘은 허튼짓을 볼 자신이 있습니까? 브레이크가 파열된 기관차처럼 파멸을 향해가는 후안무치한 권력의 민낯을 볼 자신이 있습니까?
통(統)이 나서서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고, 통이 나서서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배제하고, 통이 나서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이 나서서 일본에 고두(叩頭)하고, 통이 나서서 역사를 왜곡하고, 통이 나서서 노동자를 헐뜯는 이 무도(無道)한 나라에서 화병이 나지 않고 살 자신이 있습니까?
정부와 대통령, 정치인의 존재 이유는 무엇입니까? 종교인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요? 언론은 과연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까? 국민을 외면한 정부와 정치인, 신앙을 오도하고 신도들을 오로지 축재와 정치의 발판으로 삼는 종교, 왜곡된 정보로 국민을 기만하는 서푼짜리 언론, 권력에 아부하는 사이비 학자들은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존재해선 안 됩니다. 그들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행복할 권리를 빼앗는 공공의 적입니다. 신의 나라에서 추방되어야 할 거짓 선지자일 뿐입니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 생각할 권리를 외면하는 그들이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를 감싼 부조리한 카르텔을 싫어하고 비판하고 바로잡을 권리가 있습니다. 아니, 그건 권리를 넘어서 양심적 인간들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나를 보호해주지 않고 나의 형제와 이웃의 안위에 무관심한 정부,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곡학아세하는 학자를 미워할 결심……. 그리고 대신 꿈을 꿉니다. 내가 바라는 나라, 당신과 함께 살고 싶은 좋은 나라에 관한 절실한 꿈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 위에 군림하지 않는 나라, 머릿속 생각을 탄압하지 않는 나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 차이가 존중되고 그 차이로 인해 차별하지 않는 나라, 이런 판타지가 현실이 되는 나라, 이런 꿈을 꾼다고 놀림받지 않는 나라를 꿈꿔 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설렘 속에서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끼 메뉴를 고르기 위한 고민조차 설레고, 꽃 피우기 직전의 화초를 보면 설레고, 그리운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며 설레고, 맘에 맞는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설레고, 아직 긁지 않은 지갑 속의 복권 때문에 설레고, 어느 날 아침 불쑥 만난 비로 인해 설레고, 귀갓길에 만난 보름달에 설레고 싶습니다. 꽃 피는 봄날은 말할 것도 없고, 은행잎이 카펫처럼 깔린 가을의 공원이나 겨울 아침에 내리는 눈은 또 얼마나 우리를 설레게 하는지요. 평범한 일상 속 사소한 것들로 인해 설레며 사는 삶을 소망해 봅니다.
생각해 보면,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위정자치고 무능하거나 부도덕하지 않은 인물은 거의 없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통제와 생각이 전혀 먹히지 않는 국민, 자발적으로 동의하기는커녕 스스로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국민을 무척 두려워합니다. 그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강제로 침묵하게 하고, 오로지 착각일 뿐인 치졸한 승리감에 도취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역사는 쉬지 않고 강조합니다. 모르는 것은 저들일 뿐이지 우리는 모두 압니다.
중국 전국시대 위앙이란 인물은 법치를 강조하며 “법을 지키지 않으면 죽음을!”이라는 협박에 기초한 공포정치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협박의 도구로 활용한 바로 그 법으로 인해 거혈형이라는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 공포는 백성을 잠시 침묵하게 할 수 있을 뿐, 그것은 이내 밑천을 드러내고 만다는 사실을 위앙의 최후는 웅변합니다. 이 간단한 이치를 왜 ‘저들만’ 모르는 것일까요?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인해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된 것을 지적하며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직무를 충실히 이행한 법 집행 공직자들이 고통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보호할 테니,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라고 했습니다. 전날 국민의힘이 오전 0~6시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집회 대응 과정의 경찰력 행사에 대한 면책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과 때를 맞춰, 그야말로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또다시 씁쓸하게 떠올리게 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