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정말 싫어! (05-10-수, 맑음)
출근해서 비서실장과 건강을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둘 다 최근 컨디션 난조로 고생하고 있다. 비서실장은 담배와 술을 끊은 상태라서 혈색은 이전보다 한결 좋아졌다. 내가 어제 허리 통증 때문에 종일 고생했다는 말을 했더니 비서실장은 병은 절대 키우면 안 된다며 당장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병원 개원 시간에 맞춰 교육청 앞 '대찬병원'을 찾았다.❚지난번 비서실장이 대학병원에 가기 전 1차 진료기관 소견서를 받기 위해 들렀던 병원이다. 그때 비서실장은 대기 시간 없이 금방 진료를 받았다고 했는데, 과가 달라서 그런지 나는 한 시간이 넘게 병원에 머물러야 했다. 가장 먼저 영상의학센터에 들러 환복 한 후, X-ray를 찍고 담당의사를 만나 상담했다. 의사는 비교적 친절했지만, X-ray 판독은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판독은 잘했지만, 매상을 위한 영업의 일환인지) 촬영 결과, 즉 내 증상(병명)과 원인에 관해 나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저 '이런 것 같다, 저런 것 같다'는 추측성 발언으로 대충 얼버무리다가, 확실한 판단을 위해 MRI를 찍어보자고 대뜸 제안했다. 비용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36만 원이라고 했다.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뭔가 과잉 진료의 혐의가 짙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당장 MRI 찍어보기 전에 통증 완화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없을까요? 약물이나 주사처럼.... 그렇게 치료를 해보다가 전혀 차도가 없다면 그때 정밀 진단을 위해서 MRI를 찍어보는 낫지 않을까요?" 했더니, 담당의사는 "그러실래요?" 하며 주사를 처방했다.❚주사치료센터에 들러서 20분쯤 기다려 주사를 맞았다. 어떤 종류의 주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신경주사였을 것이다. 주사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의사는 나에게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2주 후로 진료 예약을 하고, 원무과에 들러 진료비 162,080원을 계산하니 4층 도수치료센터로 올라가 보라고 했다. 4층에 올라가 담당자를 만나니, 도수 치료는 비급여 항목이라서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치료비 항목을 보여주었다. 22만 원, 와우! (당연히 받으면 좋겠지만!) 뭔가 병원 내 모든 단위, 이를테면 의사와 간호사, 부속센터와 직원들이 모두 작당하여 병원의 매출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이다. 매출을 위해 영업하는 건 이 병원만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대형 병원이나 대학병원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내가 이렇게 병원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건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병원을 들락거리게 된 일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엄마가 병원에서 겪은 고통스런 일들이 너무 생생하게 남아 있어 그렇다. 결국, "아니요, 도수 치료는 안 받을래요" 하고 병원을 나와 약국에 들러 2주일치 약을 처방받아 돌아왔다. 물리치료사의 황당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그간 술값, 병원비 등등 지출이 많았다. 특히 술값! 당분간 음주를 삼가야겠다. 사실 내가 스스로 술집을 들르는 경우는 현저하게 줄었다. 선배나 후배들이 연락해와 어쩔 수 없이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유부단해서 그런 거 같다.❚퇴근하면서 이발도 해야겠다. 길진 않지만 그냥 머리를 정리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일은 반드시 청탁받은 글을 써야겠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벌써 마감(15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미장원에 들러 머릴 깎고 저녁은 콩나물국과 스팸으로 간단히 먹었다. 피곤이 몰려와서 일찍 잘까했는데,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는 걸 깨닫게 되자 잠이 달아났다. 주사 맞은 곳만 뻐근할 뿐 희한하게 통증이 사라졌다. 물론 식사 후에 근육이완제와 소염진통제 위점막보호제 등의 약을 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언제 그토록 아팠냐는 듯이 통증이 사라졌다. 이래서 통증으로 시달리는 많은 사람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신경주사를 맞는 모양이다. 발달한 의학의 혜택을 또 이렇게 입게 된다. 제발 이 기분좋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