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렬 씨, 태인 씨, 보고 싶어요 (05-08-월, 맑음)
당신과 당신의 꽃밭을 생각합니다. 분주한 오후의 해가 때때로 뜨거운 신발을 벗고 한참을 머물며 그림자 장난을 하던 그 꽃밭에 목마르고 여린 꽃들을 남겨 둔 채 어미꽃 당신은 어디쯤에서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는 것인지요. 기다림을 접을 수 없는 꽃들의 안간힘이 눈물겹습니다. 오늘쯤에는 당신의 꿈속으로 찾아갈지도 모르겠어요. 언제나 가장 곱고 투명한 시간을 골라내어 앞장세운 후 여린 꽃들을 만나러 가곤 하던 당신*……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날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부모님’이라는 단어만큼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단어가 있을까요? 무슨 일이든 항상 내 편이 되어주시고, 평생 자녀의 행복을 위해 온갖 생활의 신산을 견디며 눈물을 감춰왔을 부모님, ‘누구 아빠, 누구 엄마’로 살아오신 그분들의 은혜를 생각하며 오늘 하루만큼은 나지막이 “나의 사랑하는 엄마(아빠) 〇〇 씨!”하고 부모님의 이름을 불러줍시다. 하늘에 계신 부모님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자식들의 마음, 절절한 그리움의 소리를 들을 거라 믿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님, 아버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그 깊고 넓은 은혜, 살면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점심은 나와 비서실장,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교육감, 셋이서 먹었다. 이 자리에서 비서실장은 자신의 건강 상태와 향후 거취에 대해 교육감에게 말했다. 교육감은 걱정과 당혹스러움이 뒤섞인 묘한 표정을 지었다. 교육 운동의 평생 동지이자 동반자인 비서실장이 다른 이유도 아니고 나빠진 건강을 이유로 쉬고 싶다고 했으니, 붙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담담하게 보내주기도 어려운, 매우 복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누구 생각해 놓은 다른 사람 있어?" 하고 묻는 교육감의 표정이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퇴근 무렵 후배 J에게서 전화가 왔다. 명분은 "어버이날이라서 어머님 생각 많이 나겠어요?"였지만, 술 생각나서 전화한 게 뻔하다. 너스레가 더 길게 이어지기 전에 "그럼 갈매기로 와라" 하고 말을 끊었다. 갈매기에는 생각보다 손님이 많았다. 딸까지 나와서 일을 거들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고 10여 분 후 J가 도착했고, 둘이서 막걸리 두 병을 마셨을 때 후배 정웅이가 합석했고, 네 병을 마셨을 때, 혁재와 배고픈 미경이가 들어왔다. 미경이가 돌아간 후에는 다시 로미가 합석했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술값(76,000원) 계산해 주고 일어서려 했더니, 로미 일행도 따라나섰다. 그들이 하도 한잔만 더하자고 성화를 부려 "그럼, 냉면하는 데로 가서 한잔 더하자" 하고는 근처 고깃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냉면에 소주를 몇 잔 마시다가 먼저 일어나 택시 타고 귀가했다. 그나저나 후배 J가 술자리에서 아는 여성에게 실수한 모양인데, 걱정이다. 일이 커지기 전에 무조건 납작 엎드려 사과부터 하라고 조언했다. S도 그렇고 J도 그렇고, 왜 이렇게 성인지 감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실수를 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