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독거(獨居)에 관한 양가감정 (03-27-월, 맑음)
달빛사랑
2023. 3. 27. 20:29

홀로 지내는 삶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싫을) 때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간섭받지 않는다는 것, 간섭받지 않는 삶은 모두의 로망일 겁니다. 집안 곳곳을 나만의 취향과 향기로 가득 채울 수 있고, 발가벗은 몸으로 거실과 주방을 돌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사물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도 있고, 거실 소파에 앉아 싫은 사람 욕을 종일 하거나 거울 앞에 서서 세상에서 가장 청승맞은 표정으로 서럽게 울 수도 있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힘껏 고함을 질러도 상관없습니다. 집과 방은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나만의 성곽이자 안식처인 셈입니다.❚그런데 믿을 수 없겠지만, 나에게는 통념적 의미의 외로움이 없습니다. 하여 간섭받을 일도 별로 없지요. 등 가려울 때, 파스 붙일 때 빼고는 혼자 사는 삶이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하지만 사실 이런 형식의 삶은 문제가 많습니다. 늘 아슬아슬하거든요. 홀로 지내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나 세상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연대에 쉽게 손 내밀 리 만무하잖아요. ❚나는 지금 강제 된 고독과 자발적 고립의 중간 그 어디쯤엔가 서 있습니다. 타인에게는 안전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위험한 상태지요. 정서의 불균형은 심장에 자주 상처를 입힙니다. 그런데, 이 ‘위험한’ 상태를 벗어나는 길은 오직 사랑뿐이라고 당신은 말합니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사랑, 오직 사랑이라니..... 그렇게 말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