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책ㅣ친구들과 만나다 (03-24-금, 구름 많음)
고교 선배이자 대학 선배인 광일 형이 최근 또 한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나와는 민예총에서 만나 함께 잡지를 만들고 철학적 고민을 나누기도 했지요. 날카롭고 논리적이며 예민한 성향으로 인해 종종 모임이나 뒤풀이 자리에서 예의 없는 사람들과 부딪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내가 '보디가드' 역할을 해야 했던 적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형은 연세대 재학시절 탈춤 써클에 들어가며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졸업 후에는 교회 청년회를 거점으로 노동운동과 문화운동을 펼쳐온 분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마을과 교육을 화두 삼아 고민을 집중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마을 활동가 후배들을 위한 강좌를 개설해 교육하기도 하고 그들과 연계하여 마을교육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성향상 특정 조직에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가끔 그의 현장성이나 고민의 구체성을 의심받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책상 앞의 이론가가 아니냐는 것이지요. 성미산 활동은 물론이고 민예총이나 지역 문화예술 단체에서 그 나름의 실천을 전개해 온 형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의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성향이나 기질상으로는 확실히 '창백한 지식인'의 느낌이 많이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마을 활동가 특유의 친화력이나 이타적 헌신성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모든 활동가는 저마다 '주특기'가 있는 법이지요. 교육을 잘하는 사람, 이론이 강한 사람,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는 사람, 조직을 잘 만드는 사람, 돈을 잘 만드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등등 다양한 성향의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그 모든 걸 한 사람이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 나는 광일 형의 '까칠함'이 싫지 않습니다. 그건 타협을 모르는 순수한 열정에서 나오는 성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최근에는 예술 창작 그 자체보다는 그것의 활용과 교육에 더욱 관심을 집중하는 모양새라서 나와 만날 접점은 이전보다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어디에 있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싸움의 도정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믿습니다. 아무쪼록 형의 앞날에 자만하지 않을 정도의 행복과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있게 되길 기원합니다.
저녁에는 부평역 앞 횟집에서 고교 동창들을 만났다.
언제 봐도 반가운 40년 넘게 만나온 친구들, 좋다.
많이 먹고 떠들고 웃고 위로하고 공감하다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