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포근한 화요일, 깜님과 저녁 식사 (03-07-화, 맑음)

달빛사랑 2023. 3. 7. 20:38

 

❚아침 일찍 걸려 온 남동구청 문화관광과 직원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오후에 출근했을 겁니다. 쉬는 날이기도 하고 숙취도 좀 있었거든요. 하지만 오늘 저녁 청사 근처에서 교육감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어차피 외출은 불가피했습니다.

어제 갈매기에 들러 막걸리를 마시고 왔어요. 혁재가 있더군요. 지난주에도 월요일에 혁재를 봤기 때문에 오늘도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정말 혁재가 있었던 거예요. 이렇게 혁재를 만나면 뭔가 보너스 행운을 얻은 것 같다니까요. 다만 혼자 마시면 2병이면 될 것을 혁재와 마시면 항상 세 명 이상을 마십니다. 어제도 둘이서 6병을 마셨으니, 종우 형에게 따라준 걸 감안해도 얼추 3병 가까이 마신 셈이지요. 게다가 일어나려 할 때쯤 유 모 박사가 들어오는 거예요. 만약 그가 취한 상태였다면 그냥 일어나 왔을 텐데, 웬일인지 그 시간까지 멀쩡한 상태였습니다. 그 역시 나를 보자마자 “형, 조금만 더 있다가요.” 하며 애원하듯이 내 팔을 잡아끌어 어쩔 수 없이 앉아서 한 병을 더 마셨습니다. 어제는 혁재도 취하지 않은 상태로 나와 시작했고, 유 박사도 멀쩡하게 나타나서 술판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9시쯤에는 H로부터 “선배, 지난번 우리가 갔던 갑오징어 철판구이집 이름이 뭐였지요?” 하는 문자가 와서 지도와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그곳 상호를 몰라 근처 돼지국밥집을 구글 지도에서 검색한 후 거리뷰 기능을 켜고 그곳까지 화면을 이동시켜 마침내 이름을 알아냈습니다. 뿌듯했습니다.❚9시 40분쯤 먼저 갈매기를 나왔습니다. 10시 10분에 집에 도착, H와 잠깐 문자를 나눈 후, 자리에 누우려고 할 때쯤 혁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형, 잘 들어가셨어요?” 묻는 그의 목소리는 약간 젖어 있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뭐라고 소리치는 유박사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술이 부족했을 거예요. 다시 또 2차를 하러 갔을 게 뻔합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이내 잠이 들었고 오늘 아침 눈 떴을 때, 시간은 5시를 조금 지나고 있었습니다.

 

 

❚출근해서 중등교육과 장학사를 호출해 남동구청 직원이 제안해 온 사업을 함께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실적평가와 관련하여 교육문화회관 측에 부탁했던 문건을 받아 우리 부서 서무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오전 내내 무척 부산했습니다. 점심은 원래 구내식당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식당 출입을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비서실장과 둘이 밖에 나가 순댓국을 사 먹었습니다. 늘 가던 식당의 국밥 가격이 천 원 올랐더군요. 돌아오는 길, 시청 앞에서 시위 중인 선배들을 만났습니다. 참여 인원이 너무 없어 민망하더군요. 사회자의  목소리만은 카랑카랑했습니다.6시 30분, 깜님과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은 '명가 낙지', 오랜만에 낙지를 먹었습니다. 오늘은 깜님도 소주를 함께 마셨습니다. 자연스레 진솔하고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그는 새벽기도를 다닌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의 가계와 기독교의 인연을 말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의 집안은 강화에서도 알아주는 기독교 집안이었습니다. 심지어 가족 중 한 명은 교회를 짓기도 했더군요. 그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뭔가 더 친밀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튼 그 어느 때보다 느낌이 좋은 만찬이었어요. 서로가 상대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이해의 지평이 더욱 넓어진 날, 오늘은 바로 그런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