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은 취소됐고 나는 금연 중이고 (01-11-수, 맑음)

오늘 오후, 교육청 책 발간 TFT 모임을 다인아트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멤버 중 한 사람이 엊저녁 늦게 일정 변경을 요청해 오늘 모임은 연기되었다. 출장 신청해 놨는데 일정이 연기되는 바람에 오래간만에 무척 한가한 오후를 보냈다. 점심은 비서실 식구들과 '명동 보리밥'에서 보리 삼계탕을 먹었다. 늘 가던 삼계탕집보다 양도 많고 반찬도 많았다. 맛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저 어제부터 금연 중입니다"라고 공표했다. 그러자 김과 박, 두 명의 여비서는 "와, 보좌관님, 잘하셨어요. 꼭 성공하길 바라요."라며 응원해 주었다. 남자 비서들 역시 박수를 쳐주었지만, 실실 웃고 있는 게, 마치 '그래요? 어디 성공하나 두고 봅시다'라며 속으로 킥킥대는 것 같았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나의 자격지심이다.

어제부터 작은방(옷방)의 천정 실내등이 들어오질 않는다. 일단 오늘 쿠팡에서 실내등 세트를 주문해 놓긴 했는데, 만약 전원 스위치의 접속 불량 때문이라면 등을 갈 필요는 없을 것이고, 전등 박스(전등과 콘덴서 등)가 노후돼 그런 거라면 새로 구입한 실내등 세트로 교체해야 할 것이다. 실내등 세트도 8천 원대에서 3만 원대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번개표와 같이 유명 회사 제품은 당연히 비싸고, 중소기업 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나는 8천 원대 제품을 구입했다. 일단 국산 제품이고 KS인증까지 마친 제품이었다. 전자제품은 절대 중국산을 사지 않겠다는 게 원칙이다 보니 국산이라는 이유 한 가지만으로도 믿음이 간다. 어차피 전등은 때 되면 갈아줘야 하는 소모품이다. 무엇보다 옷방은 자주 이용하는 방도 아닌데 비싼 등을 달아 봐야 뭐하겠는가. 아무튼 오늘은 일찍 들어가 등을 손볼 생각이다. 전등 부분이 고장 났다면 내일 물건이 오는 대로 교체하면 될 일이고.
금연 중이었으나 비서실장이 옥상에 같이 가자고 할 때마다 두말없이 (의리로) 따라나서 주었다. 그간 흡연자끼리 쌓아 온 정이 있는데, 이틀 금연했다고 야박하게 "싫어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갤럭시워치도 운동이 필요하다며 자꾸만 삐빅거리기 일쑤고 해서 겸사겸사. 옥상에 올라서는, 실장은 담배 피우고, 나는 은단을 입에 털어 넣거나 스트레칭을 했다. 공기의 질은 형편없었지만, 한낮의 날씨는 봄날처럼 따스했다. 실장과 둘이서 음지의 채 녹지 않은 얼음을 발로 차서 양지로 꺼낸 후, 기둥 맞추기 게임을 하기도 했다. 60대 아저씨 둘이 옥상에 올라 킬킬대며 얼음 장난을 하는 걸 누가 봤다면 혀를 찼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