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01-07-토, 맑음)

달빛사랑 2023. 1. 7. 20:39

 

“(……) 너는 내 존재의 일부야. 나 자신의 일부야. (……) 이곳에 처음 왔던 날 이후로, 너는 내가 읽어 왔던 모든 책의 한 줄 한 줄 속에 있었어. 넌 그때 이후로 내가 보아 왔던 모든 풍경 속에―강물 위에, 배의 돛들 위에, 습지대에, 구름 속에, 햇살 속에, 어둠 속에, 바람 속에, 숲 속에, 바다에, 길거리들 위에―있었어. 넌 그동안 내 마음이 알게 된 모든 우아한 공상이 구체화된 존재였어. 런던에서 가장 튼튼한 건물들을 짓는 데 쓰인 돌덩어리들조차도, 런던이든 어디든 모든 곳에서 내게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네 존재와 영향력보다는 덜 구체화 된 존재들일 거야. 네 손으로 옮기기 덜 힘든 것들일 테고, 너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는 존재의 일부로, 내 안에 있는 얼마 안 되는 선한 면의 일부로, 또 악한 면의 일부로 남아 있을 거야.(……)”■『위대한 유산(하)』, 열린책들(2014),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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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키우시던 접란의 꽃대가 내 방 쪽을 향해 손을 내밀 듯 뻗어 와 맹렬하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일요일인 내일은 엄마의 2주기 기일(忌日), 늦은 밤 자주 술에 취해 귀가하는 나를 위해 이렇듯 꽃으로 와서 빈집을 지켜주시려나 봐요. 낼 묘소에 가면 엄마에게 지청구를 좀 듣게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