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뽀드득 뽀드득!" (12-21-수, 눈 오고 종일 흐림)

달빛사랑 2022. 12. 21. 22:13

 

"뽀드득, 뽀드득!"

오랜만에 눈 맞으며 출근했습니다. 걸을 때마다 나는 뽀드득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던지, 아무도 밟지 않은 눈만 일부러 찾아 밟으며 걸었습니다. 그렇게 '뽀드득'과 함께 출근하다가 퍼뜩 든 생각, "오 마이 갓! 휴대전화를 놓고 왔네. 어쩌지?" 할 수 없이 모래내시장에서 발길을 돌려 다시 집까지 눈을 밟으며 돌아가야 했습니다. '뽀드득'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정신을 어디나 놓고 다니는 거야?' 자책하며 걸었을 테지만, '뽀드득'과 함께 되돌아가는 길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청사에 도착해선 옥상에 쌓인 눈을 "뽀드득 뽀드득" 밟고 다니다 '꽈당!' 넘어졌는데, 같이 올라온 P비서실장이 어찌나 크게 웃던지, 창피함보다 일단 나는 깜놀!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벌떡 일어나 나도 이내 크게 웃었습니다.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멋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아무튼 자의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눈 위로 강아지처럼 발라당 누워 봤습니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보다가 생각합니다.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을까요? 연정의 대상인 한 여자의 전부를 얻을 수 없다면 그녀를 반 만이라도 소유하겠다는 마음, 그렇게 해서라도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마음,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한 여자를 두 남자가 사랑합니다. 여자는 두 남자 중 어느 한 사람에게도 자신을 온전히 허락하지 않습니다. 고민에 빠진 한 남자가 말을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저 사내와 공유하겠습니다. 그것만은 허락할 수 있겠습니까?" 처절한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하면 상대를 온전히 소유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한 욕망을 잘못된 욕망이라 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오히려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닐까요?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참 어렵군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그럴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마음이 진심이라면 나도 상대에게 "당신의 온 마음을 내게만 주십시오"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그때의 요구 혹은 욕망은 세속적인 욕망과는 결이 다른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는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낯설고 기이한 방식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 두 남자는 모두 비극적인 죽음을 맞습니다. 마음이 더 여린 음악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반 만이라도 소유하고 싶어 한 좀 더 대범하고 적극적이었던 사람은 '친구'의 배신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만약 그들의 사랑이 진심이었다면 그러한 비극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여자를 두 남자가 동시에 사랑하면서도 결국 해피앤딩이라면 그거야말로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이야기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