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도지성 전시 '도시의 틈' 관람 (10-26-水, 맑음)

달빛사랑 2022. 10. 26. 00:50

 

존경하는 선배 도지성 작가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 제목에는 ‘도시의 틈’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선배는 이러한 부제를 단 이유에 대해 “틈이란 벌어진 공간을 뜻하거나 시간과 시간 사이의 겨를이나 짬 같은 것, 예를 들면 일주일 중에 휴일 같은 여백의 시간이랄까. 우리 삶에서 틈이란 머리를 잠깐 식히고 명상에 잠기는 것과 같다.” 그리고 “도시의 삶은 여유가 없고 시간은 화살처럼 빨라서 흘러가는 삶의 덧없음을 문득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때 휩쓸려 지나가는 군중의 무리에서 벗어나서 모처럼 산책자의 자세로 쉴 틈을 즐겨 보자. (그러면) 그 틈 사이에서 대상의 본질을 보고 비밀을 엿볼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도시 산책자인 내가 이 전시장을 찾게 된 것도 어쩌면 바로 그 ‘틈(여유)’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만난 선배의 작품들은 사실주의적 경향을 보여주었던 이전과는 다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선배는 (도록에서) “초기의 작업은 언덕 위 미술실에서 바라보던 매립지의 공장과 아파트의 풍경으로 산업화 도시화의 전형을 표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모하는 도시 공간의 모습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까지 더해서 거대한 용광로 같다고 할까. 이 변화무쌍한 도시풍경을 안 그릴 이유가 없다”라며, “최근 내 그림의 주제는 이성적, 합리적, 계획적이며 비인간적인 도시에서 따뜻한 인간적 정서와 순수한 생명력을 찾는 것이다.”라고 밝히셨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 작업에서 사용한 재료와 기법에도 다소 변화가 있는 듯 보였습니다. 아마 작가 활동 수십 년의 경험이 축적된 결과겠지만, 선배의 말씀에 의하면 “캔버스에 밑그림처럼 황토를 베이스로 까는 것은 초기 매립지 풍경 때부터 사용하던 재료이고, 새로운 재료, 표현기법, 절충과 혼합으로, 새로운 개념을 찾아가는 것이다. 흙이나 파스텔 안료 등의 혼합재료, 흘리고 뿌리고 닦아내거나 두텁게 칠하고 조각칼로 파내기 등 추상 위에 구상적 표현”을 한다거나, “동양적 산수와 현대적 도시풍경, 서법적 선과 표현적 선, 드리핑 등 다양한 것들을 조화롭게 섞고 혼합해 가면서 새로운 느낌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설명을 듣고 그림을 다시 보니 머리가 끄덕여지더군요. 아무튼 그 이전부터 도 선배의 작품을 좋아해 왔던 나로서는 이번 전시가 다른 어느 때보다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그림 한 점 한 점 일일이, 문외한인 나를 배려하시면 너무도 자상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상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시는 다음 주 월요일(31일)까지 진행합니다.

장소는 인천아트플랫폼과 갤러리 벨라이니 시간 나실 때 마실 오듯 한 번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