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에서 회동하다 (9-21-水, 맑음)


송도 한정식집 ‘해우리’에서 교육감과 특보 4명이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가장 연장자는 인천시 교육위원장과 연수구청장을 역임한 82세의 신모 선생이었다. 조선일보 해직 기자 출신인 신 청장(이분은 자신을 청장님이라고 불러주길 바랐다)은 젊어서부터 술, 담배, 커피 등 ‘입에 쓴 것’(본인 표현)은 전혀 하지 않아 왔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건강한 모습이었다. 다만 그 연배의 관료 출신들이 항용 그렇듯 자신의 전사(前史)에 관해서는 상당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고, 실제로 만찬 자리에서 풀어놓은 몇몇 사례는 (만약 자의적으로 윤색된 게 아니라면) 무척이나 극적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며 들었다. 또 한 분의 특보인 오모 씨는 신 청장과 같은 시흥 출신이라며 예사롭지 않은 인연임을 강조했는데, 정작 신 청장은 ‘그렇군요’ 정도의 반응을 보였을 뿐 화들짝 반가워하지 않아 오모 씨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오모 특보는 60년생, 교육감과 부평고 동창이라는 사실을 오늘 알았다.
이 자리에서 교육감은 가능한 한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신 청장은 사실 보수 쪽에 가까운 정치적 입장을 가진 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청 고위 간부로 오래 재직한 오모 씨도 신 청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기관장의 정치적 균형은 원만한 업무 진행을 위해 필수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 편에서는 진보의 색이 희석되었다며 비판을 받고, 또 한편에서는 이념적 편향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양측에서 아슬아슬한 긴장을 유지하기란 여간 피 말리는 일이 아니다. 임명제가 아니라 시민의 투표로 선출되는 직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때에 따라 외줄 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에서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 고육지책이란 말이 왜 생겼겠는가. 식당 ‘해우리’에서의 미팅은 8시 30분쯤 정리되었다. 보운 형은 한잔 더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오모 특보가 의외로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하며 사양했다.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지금 간다 해도 파장 분위기겠네?”라는 말을 한 걸 보면 다른 자리 술 약속이 또 있었던 모양이었다. 자택이 식당 근처인 신 청장은 걸어서 귀가했고, 교육감은 광명에 일이 있어 전용차로 이동했으며, 나머지 3명은 전철 타고 귀가했다. 보운 형은 인천지하철 1호선을 계속 타고 계산까지 갔고 나와 오 특보는 시청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예술회관 앞을 지날 때는 보운 형과 둘이서 ‘갈매기의 꿈’에 들러 한잔 더 할지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어제도 혁제, 미경이와 과음해서 꾹 참았다. 오 특보는 나보다 두 정거장 전인 석천사거리역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