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월 17일 목요일, 맑음

달빛사랑 2022. 3. 17. 00:04

 

회의를 다녀오거나 사람을 만나고 왔을 때, 행여 그 자리에서 몸살 증상을 보였거나 몇 차례 기침을 쿨럭거렸다면, 사무실로 돌아오거나 귀가했을 때 되도록 빨리 실시간 신속 항원 검사 결과를 주고받아 상대방의 불안감을 해소해 줘야 하는 게 ‘이 거지 같은 시절’의 새로운 풍조이자 예의범절이 되었다. 여간 귀찮은 게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하긴 우리는 21세기에도 제정일치(祭政一致) 세상을 열어젖힌 신민들이니 까짓 귀찮음쯤이야…….

 

오전에는 혈압약이 떨어질 때가 되어 병원에 들러 처방전을 받았다. 엊그제 지어 온 것 같은데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다. 내 남은 삶의 시간들이 이렇듯 얼음 녹듯 소진되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시간만큼 만인에게 평등한 것도 없으니.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고 1년은 4계절이다. 다만 상대적 속도 차이를 느낄 뿐. 그리고 직장 동료와 동네 슈퍼 아주머니를 제외하고는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 담당 의사인 셈이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만나니 말이다. 친한 친구들도 그렇게 자주 만나지 못한다. 더구나 요즘은 코로나 창궐 시국 아닌가. 자주 만나는 사람 중 하나가 의사라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문득 용한 의사의 역설이 상상이 된다. 병을 잘 고치면 환자가 건강해져 병원 찾을 일이 줄고, 못 고치면 돌팔이라고 소문 나고..... 형광등 회사도 그렇고 면도기 회사도 그렇겠군. 참 나, 생각의 알고리즘은 오묘하다니까. 혈압약 처방전 받으러 간 이야기에서 갑자가 면도기 회사까지 이야기가 널뛰다니, 재밌네. 졸린 모양이다. 그나저나 다음주 목요일이 신문사 칼럼 마감인데,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대선에 대해 쓰자니 마음이 쓰리고, 코로나에 대해서는 여러 번 썼고, 문화에 대해서 쓰자니 돌아다니지를 않아서 이야깃거리가 없고... 걱정이다. 

 

오늘 잘한 일, 후배 상훈이가 술 먹자고 전화했는데 거절한 일. 금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피부 톤도 좋아지고 몸도 가뿐해졌다. 담배까지 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쉽지 않네,